문경 봉암사 간담회서 조계종 스님들 한결같이 기억
문경 봉암사에 모인 스님들 |
(문경=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고우 스님은 한평생 도를 추구하고 짚불처럼 사라진 분이었다."
지난달 29일 입적한 고우(古愚) 스님을 두고 생전에 함께 활동했던 조계종 스님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기억했다.
1일 오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고우 스님의 전국선원수좌회장 봉행에 즈음해 열린 간담회에서는 고우 스님 관련 일화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장의위원회 총도감을 맡은 원타 스님(해인총림 유나)은 "1962년 조계종이 탄생했으나 당시 봉암사는 비구승이 공부하는 도량이 아니었다"며 "1968년 고우 스님과 7∼8명의 스님이 봉암사에서 살면서 참선하며 어려운 가운데 수행 기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1968년 선승들이 모여 한국전쟁으로 끊어진 봉암사 수선도량 전통을 되살려 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 기틀을 만든 '봉암사 제2결사' 당시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원타 스님은 "당시 (절을 차지한) 대처승들이 벌목허가를 받아 벌채준비를 했는데 고우 스님과 젊은 수좌들이 온몸으로 막으며 한 달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며 "그 덕분에 오늘날 좋은 산과 계곡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철산 스님(포항 보경사 선원장)은 "저한테는 형 같고 선배같이 편안한 분이었다"며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봉화 금봉암을 찾았더니 기력이 완전히 쇠약한 상태였다"며 "열반송(고승들이 입적하기 전 남기는 마지막 말이나 글)을 부탁하니 '본래 아무것도 없더라', '금으로 된 봉황이 붉은 하늘을 난다', '겨울 계곡 맑은 물은 저절로 흐르더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일오 스님(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도성암 선원장)은 "평소에 찾아가면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 잘 되었다고 말씀하셨다"며 "고우 스님은 일생 동안 수행자로 살았고 흠이 없는 너무나 깨끗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수불 스님(안국선원 선원장)은 "45년 전 범어사에서 고우 스님을 처음 만났는데 '늘 공부에 정진하고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다"며 "(돌아가시기 전) 병원을 찾았을 때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돌아오시면 좋겠다"고 회상했다.
혜국 스님(석종사 조실)은 "입적하기 보름 전에 통화했더니 가실 준비를 슬슬 하시면서 잔고가 얼마 없는 통장마저 암자 명의로 이전했더라"며 "마치 짚불이 사라지듯 편안히 가셨다. 스님의 사상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고우 스님을 기려 장례는 2일 오전 전국선원수좌회 주관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열린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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