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 |
한국 불교 본래 모습과 수행 전통 회복을 위한 정화 운동인 ‘봉암사 2차 결사’를 주도했던 선승(禪僧) 고우(사진) 스님이 29일 오후 경북 문경 봉암사 동방장실에서 노환으로 입적했다. 세수 84세, 법랍 60세.
1937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폐결핵으로 방황하다 26살에 김천 수도암으로 출가했다. 당대의 강백인 고봉 스님과 관응 스님 등으로부터 불교의 뼈대를 배웠다. 당대 선지식 향곡 스님이 주석한 묘관음사 길상선원을 찾아가 참선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 제방선원을 찾아다니며 평생 수행자 삶을 살았다.
1980년 신군부가 정화를 명분으로 불교 지도부를 축출했다. 고인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수좌회의 결의로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맡기도 했다. 공백이 정비되자 산으로 돌아갔다. 각화사 태백선원장,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조계종 원로의원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생전 “형식을 통해 본질로 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바로 본질로 들라’고 말하는 쪽이다”라고 말했다. 또 “형상만 본다면 부처가 아닙니다. 본질만 봐도 부처가 아닙니다. 형상과 본질을 함께 봐야 비로소 부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중과 소통도 마다치 않았다. 먼저 손을 내밀고, 늘 마음공부의 즐거움을 일깨우려 했다. 그 연배에는 드문 일이었다. “깨달음이 멀다”고 물으면 고인은 항상 “설사 깨닫지 못한다 해도 이 이치를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례는 5일장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치른다. 영결식과 다비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30분 문경 봉암사에서 거행된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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