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재단 ‘비어있는 전시회’
“다리 저려도 나 이렇게 웃어요”라는 문구에 태블릿 PC를 대면 비로소 등장하는 ‘금동아미타여래삼존좌상’. 한국문화재 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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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광고 카피’ 같은 문구 적힌 액자만
증강현실로 국외 소재 20점 특별 공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서 31일까지
“다리 저려도 나 이렇게 웃어요.”
새하얀 배경의 액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가 덩그러니 쓰여 있다. 태블릿PC를 갖다 대니 세 개의 불상이 나란히 앉아 있는 ‘금동아미타여래삼존좌상’이 증강현실(AR)로 튀어나온다.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비어 있는 전시회’의 풍경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 이하 재단)이 선보이는 ‘비어 있는 전시회’가 오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2층 전시관 결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회는 좀 특별하다. 여느 전시장처럼 특정한 작품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에는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문구만 적혀 있을 뿐이다. ‘가성비 갑 사당’ ‘어떤 소원이든 빌어보살’ ‘19세기 개항장 굿즈를 소개합니다’ ‘어쩌다 불사조’….
태블릿 PC와 증강현실을 통해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비어 있는 전시회’ 현장.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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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웃음을 불러오는 이 재기발랄한 문구의 비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시장에 비치된 태블릿PC를 활용해야 한다. ‘어쩌다 불사조’ 문구 위에 태블릿을 대보면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의 ‘봉황꼭두’ 2개가 눈앞에 나타난다.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19세기 후반 조선시대 작품이다. 다음과 같은 해설도 따른다. “꼭두는 상여를 장식하는 형상입니다. 꼭두는 망자를 묻은 후 불태워집니다. 원래 망자와 함께 죽었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새였던 거죠. 무슨 사연인지 불타지 않고, 지금까지 숨쉬고 있는 봉황꼭두. 불사조가 분명하네요.” 친근하고 재미있는 설명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증강현실을 도입해 물리적 거리까지 좁힌 이 기발한 전시 아이디어는 대학생들에게서 나왔다. 광고회사 TBWA코리아의 대학생 교육 프로그램 ‘주니어 보드’ 참가자들이 낸 아이디어를 한국문화재재단이 받아 협업한 결과다.
이 전시에는 20만4693점(2021년 4월1일 기준)의 국외 소재 문화재 중 미국, 영국 등 4개국 11개의 박물관으로부터 특별히 허가받은 20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의 ‘국화와 고양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가섭존자상’, 스웨덴 스톡홀름 동아시아 박물관의 ‘오방신장도’ 등이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동시 입장 인원을 13명으로 제한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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