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국제선 운항 재개가 지연되고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재정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LCC 4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총 44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3992억원) 대비 10.6% 증가한 수치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 1568억원, 진에어 1089억원, 에어부산 966억원, 티웨이항공 796억원 순이다. 부채비율도 반년 만에 크게 늘었다. 에어부산은 1719%로 지난해 말(838%)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제주항공도 6개월 만에 429%에서 1157%로 급증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175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도 517%에서 529%로 올랐고, 진에어는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갔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선 운항이 지연된 탓이 크다. 항공화물 사업을 하는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LCC는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노선이 주요 수익원이다. 연초만 해도 주요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국제선 운항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현재는 연내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LCC들은 궁여지책으로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잇달아 운영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5대1의 액면가 감액 방식 감자와 2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연말께 1084억원 규모로, 에어부산은 다음달 2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티웨이항공도 앞서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1500억원을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버티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LCC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다"며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안 그래도 큰 금융비용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LCC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거의 다 했다"며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 LCC에 약 5400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난 3월에는 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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