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여야 넘어 당내 논란으로 번졌으나 처리 의지 강해
靑, 국정부담 우려 전했지만 아직까지는 '침묵'…당 결정에 힘싣는 듯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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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박혜연 기자 =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로까지 번졌으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달 내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는 국회의 시간이 대통령의 시간으로 옮겨온다는 뜻도 된다.
대통령은 헌법에 의거해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서를 붙여 15일 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와대가 언급 불가의 근거로 들고 있는 삼권분립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침묵 이어가는 靑…"송영길·이철희 언중법 논의 無"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은 물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야당과 국내외 언론단체 등의 질문에 계속해서 침묵을 지켜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도 이와 관련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같은 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도 연합뉴스TV와 YTN '더뉴스'에 출연해 "국회 입법과 관련한 사안이라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서 보면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 국회에서 잘 논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법이 국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판가름이 날 때까지 자그마한 잡음이 나는 것도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전날(26일) 한 언론이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청와대 내부 보고를 받았고 이같은 청와대의 우려는 당일 국회에서 열린 여당 워크숍을 통해 지도부에도 전달됐다'고 보도하자 한 고위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그런 일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도 '26일 송영길 대표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비공개로 만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했고 특히 이 수석이 청와대의 우려 기류를 전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수석이 민주당 워크숍 때문에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국회에 갔고 당대표도 만난 것은 사실이나 언론중재법에 대한 얘기를 나눈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수석도 YTN 출연에서 "다른 땐 모르겠지만 어제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던 것이 맞다"고 했다. 여당도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2021.5.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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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부담 우려는 있는데…文, 복잡한 속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속내는 다소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논쟁 사안에 대해 여론과 토론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 주재 오전 참모회의(티타임)를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신문, 방송을 매일 챙겨보는 스타일인 데다 국경없는기자회(RSF)와 만남을 갖고 한국기자협회 창립 축하메시지를 챙기는 등 문 대통령 개인으로 봤을 때도 언론 자유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작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이나 우려 목소리도 섞였을 확률이 높고 결과적으로 여당에도 이런 기류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 "국회에서 여러 논의 과정이 있겠지만 우리도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왜 외신까지도 반대하는지는 내용을 유의 깊게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수석은 YTN 출연에서 "우리가 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딱 끊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최선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차선을 잘 만들어주는 게 민의의 전당 아니겠나. 같은 당이어도 의견이 다 같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는 다양성을 어떻게 조율해내느냐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청와대 핵심관계자)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개정안에 '퇴임한 고위공직자가 언론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문 대통령 가족의 보험입법'이라는 주장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여당 노선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당청 엇박자' 논란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의 힘을 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침묵으로 힘싣기'…'이재용 가석방' 방식 발표할 듯
그럼에도 지금까지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침묵을 지켜오고 있는 데에는 여러 우려 속에서도 여당에 힘을 싣는 쪽에 더 무게추가 실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당 사람은 일부 소수파일뿐 대다수는 처리돼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단호한 입장은 청와대와의 내부 조율이 바탕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법안 처리 때까지 말을 아끼면서 결국은 입장 발표의 파장이 덜 미칠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장 없음'으로 일관하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당일인 지난 13일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모든 일이 정리된 이후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를 비롯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밝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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