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부에서 '언론규제법' 강행 처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5선 중진이자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언론규제법을 겨냥해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고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전날 조응천·오기형 의원에 이어 언론규제법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 의원은 이날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때문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신중론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워크숍 자유 토론 세션에서 다수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여당 지도부는 한발 물러서 이르면 27일 오전 연석회의 형태로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워크숍 마무리 발언으로 다수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내일이라도 미디어혁신특별위·문화체육관광위·법제사법위원회가 연석회의를 갖고 의원들의 의견을 감안해 더 논의해보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영길 대표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처벌 조항이 많이 약화됐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요구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위헌심판 청구 헌법소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언론규제법에 대해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보호를 받는 기관이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준 권한으로 민주주의를 침해한다면 훨씬 엄중한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이날 방송과 인터뷰에서 "명백히,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 언론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튜브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에 그는 "똑같은 보도를 해도 유튜버가 개인의 자격으로 의사 표현을 한 경우와 언론으로서 표현한 경우를 법원에서는 달리 평가한다"며 "유튜버를 언론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언론규제법에 대해 "제가 의원도 아닌데, 지켜보는 입장이니 잘 모르겠다"며 "원내 일이야 원내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담은 법안에 대해 "5배 처벌도 약하다"고 말했던 이 지사가 언론규제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한 발 뺀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잠시 뒤 방송 인터뷰에서 다시 강경론을 밝힌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팩트를 고의·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유포하는 것은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론이고 5배는 약하다. 고의·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국경없는기자회를 비롯한 세계 언론단체에서 잇달아 한국 여당의 언론규제법 강행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워크숍에서 "이번 법 개정이 새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돌아와 우리를 때리는 개혁의 부메랑, 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선 노웅래·조응천·오기형·이용우 의원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재호 의원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날 의총에서 언론규제법이 약화됐다고 주장했던 강경파 의원들은 이날 의견 개진을 자제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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