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조이기 풍선효과 차단
"급전 필요한 자영업자 제도권 금융 밖 밀려날 수도"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기하영 기자] 금융당국이 당초 내년 7월로 예정됐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적용을 검토하고 나섰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한 전방위적 조이기로 이른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급증한 카드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DSR 적용 일정을 대폭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이 60%다. 카드론의 경우 내년 7월까지 규제가 유예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은 최근 증가세가 가팔라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에 대한 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며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1년 전(30조3047억원)보다 9.5%(2조8740억원) 증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DSR규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고 후보자는 지난 17일 "2023년 7월까지 단계적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 방안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와 느슨한 2금융권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시사했다. 고 후보자는 "필요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추가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 및 추진하겠다"며 "차주단위 DSR 확대 등을 통해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를 확산시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주는 관행을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오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카드론 DSR 강화 방안이 거론된 가능성이 크다"며 "청문회 후 취임 일성으로 카드론 등 풍선효과에 대한 추가 대책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DSR 조기시행을 저울질하면서 카드업계는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 등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리스크 완화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택자금수요가 아닌 일반 카드론에 대한 규제는 신중히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의 특성상 규제가 강화되면 카드사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가처분소득이 높은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드론의 경우 이용자 10명 중 6명이 금융사에서 3건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인데 다중채무자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사용하고 되갚는 경우가 많다"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기존 카드론 고객 중 가처분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자들의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DSR 산출방식 변경, 가계대출 총량제한 등 여러가지 가계부채 조절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차주별 DSR을 연내 도입할 경우 전체 금융권과 연동되는 시스템 구축 등에도 시간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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