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12명 부동산 거래 법령위반 의혹 관련 명단 공개 및 처분 수위 등을 논의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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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오후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는 오늘 7시간 동안 장시간 논의 끝에 모두의 뜻을 모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긴급 최고위를 소집한 당 지도부는 의혹 당사자들로부터 화상 회의 형식으로 각각 소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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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의원직 사퇴' 의사
국민의힘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중 강기윤(윗줄 왼쪽부터)·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을 요구했다.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다. 안병길(아랫줄 왼쪽부터)·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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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 권익위가 통보한 명단엔 재선 강기윤ㆍ송석준ㆍ이철규 의원과 초선 김승수ㆍ박대수ㆍ배준영ㆍ안병길ㆍ윤희숙ㆍ이주환ㆍ정찬민ㆍ최춘식ㆍ한무경 의원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12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브리핑을 통해 12명이 ▶농지법 위반(6건) ▶토지보상법ㆍ건축법ㆍ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4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2건) ▶부동산 명의신탁(1건) 등 13건의 법령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 가운데 6명에 대해선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대표는 “안병길ㆍ윤희숙ㆍ송석준 의원은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또 “김승수ㆍ박대수ㆍ배준영 의원의 경우 토지의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의 경우엔 부친의 농지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문제로 지적됐다. 권익위가 통보한 내용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농지 1만871㎡를 취득하며 농업경영을 하겠다며 영농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윤 의원의 부친이 아닌 지역의 다른 주민이 실경작자였고, 그가 매년 쌀 일곱 가마니를 윤 의원 부친에게 지불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이 같은 진술에 따라 윤 의원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당 지도부로부터 소명완료 판단을 받은 김승수ㆍ박대수ㆍ배준영 의원은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안병길 의원의 경우엔 배우자와의 이혼 소송과정에서 불거진 처남 소유 부동산의 실소유주 여부가 쟁점이 됐다. 안 의원이 재산분할 논의 과정에서 처남 소유 재산이 실제론 배우자의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권익위가 이를 부동산 명의신탁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송석준 의원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주택을 개보수한 뒤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아 건축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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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등 5명 '탈당 요구', 한무경은 '제명'
국민의힘이 24일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부동산 불법 소유·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강기윤(왼쪽부터),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의원에 대해 탈당요구 처분을 내렸다. 이준석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탈당요구 처분을 내린 의원 5명에 대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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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대표는 “강기윤ㆍ이주환ㆍ이철규ㆍ정찬민ㆍ최춘식ㆍ한무경 의원의 경우 탈당과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의 요구에도 탈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엔 “당 윤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윤리위가 ‘탈당 권유’를 의결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10일 뒤 자동 제명된다. 이 대표는 한 의원에 대해선 다음번 의원총회에서 제명안을 상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가장 강한 징계인 제명의 경우 의총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비례대표인 한 의원의 경우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제명되면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의원을 위한 ‘원 포인트’ 징계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정보 공개에 동의한 의원 8명의 권익위 통보 결과도 원문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 지도부로부터 탈당 요구를 받은 강기윤 의원은 자신 소유 토지에 대해 창원시로부터 보상금 42억원 등을 받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창원시 담당 과장 등과 직접 면담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권익위는 형법 및 토지보상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24일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부동산 불법 소유·거래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한무경 의원(비례대표.사진)을 제명하기로 했다. 제명안은 의원총회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게 되며 제명되더라도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은 유지한다. 한 의원은 이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농지법 의혹을 받는 토지는 2004년 2006년에 매입한 땅이며 권익위는 현장 방문조사 없이 결정했다"며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면 의혹이 신속하고 깨끗하게 정리 될 수 있도록 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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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의원의 경우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취득한 11만㎡(약 3만3275평)의 농지에 경작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권익위는 “의원의 거주지가 해당 토지와 원거리에 위치하고, 해당 지자체가 농지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라며 “농지법 위반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번 일과 관련해 권익위로부터 어떤 추가 소명 요구도 받은 바가 없다”며 “당 대표에게 문자로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제대로 조사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최근 민주당 모 의원의 농지법 위반 공소시효 도과(만기)를 볼 때 본인 건은 민주당 의원보다 훨씬 과거 시점에 매입한 것”이라며 “당연히 공소사실 도과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여야 동수를 맞추기 위한 끼워 맞추기식 조사결과 발표”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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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분" 비판, 민주당은 "환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간담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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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민의힘의 결정에 대해 정치권에선 솜방망이 징계란 비판도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대표 선출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등 줄곧 강경 대응 원칙을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날 징계 뜻을 밝힌 6명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6월 권익위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민주당은 법령 위반 의혹 통보를 받은 12명 의원 모두에게 탈당 권유 및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다만 제명돼 무소속 신분인 2명(양이원영ㆍ윤미향)을 제외한 10명은 현재 당적을 보유 중이다.
이진곤 전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과 비슷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징계”라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 ‘내로남불’ 태도가 국민들에게 배신감과 상실감, 박탈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건국대 교수는 “솜방망이 처분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보다 야당의 존재감과 이준석 대표의 개혁적 마인드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소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의 신속한 결정과 조치를 존중한다”며 “이번 전주조사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 여야를 떠나 국민 앞에 부끄러움 없는 정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반면 이날 권익위 통보 결과를 공개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사 결과 공개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익위 제기 내용을 보면 부동산 투기 또는 부동산 관련 비위의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저희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권익위 통보결과는 원문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했다”며 “권익위가 민주당에게 적용했던 잣대와 국민의힘에 적용했던 잣대, 그리고 김의겸 의원에게 적용한 잣대가 공정했는지 국민들은 확인해야 한다. 민주당은 권익위의 통보내용을 해당 의원들의 동의를 통해 공개해 달라”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김아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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