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P연합뉴스 |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민주진영을 겨냥해 ‘레드라인’을 넘어선 단체들은 해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와해되고 있는 민주진영을 뿌리 채 흔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람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에 의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규제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단체가 많다”며 “레드라인을 넘어선 조직과 개인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산”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람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해산을 발표한 홍콩의 대표적 시민사회 연대체 민간인권전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민간인권전선은 2019년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시민사회 연대기구로,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당국의 탄압에 직면하자 “더 이상 사무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며 지난 15일 공식 해산을 발표했다.
람 장관은 이에 대해 “언론·출판·집회·시위의 자유는 홍콩 기본법에 의해 보장되지만 세계 어디에도 개인의 절대적 자유는 없고 법에 따라 그것을 향유해야 하는 것”이라며 “개별 시민단체의 해산은 권리나 자유를 행사하는 것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이 자진 해산하더라도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법 집행 기관이 계속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할 것이며, 법을 위반하면 그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처벌과 탄압을 우려한 민주진영의 단체 해산이 줄을 잇고 있지만, 해산 이후에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홍콩에서는 지난 10일에도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가 전격적으로 해산 결정을 발표했었다.
당국은 학생 조직도 겨누고 있다. 홍콩 경찰은 18일 홍콩대 총학생회 간부 4명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발생한 경찰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를 추모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대 총학생회는 당시 한 남성이 경찰관을 흉기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그의 죽음에 슬픔을 표하고 홍콩을 위한 희생에 감사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논란이 일자 결의안을 철회했다. 홍콩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바탕으로 체포된 이들이 가해자를 순교자, 용기있는 사람 등으로 묘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들의 행위는 테러를 찬양·옹호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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