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축소된 뒤 환불 불투명
돌려막기 ‘폰지사기’ 의혹까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환불 관련 인적사항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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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 이아무개씨는 최근 ‘머지포인트’ 268만원을 날리게 될까 봐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1년6개월 전 티몬에서 머지포인트를 처음 알게 돼 구매했고, 주로 카페나 편의점에서 사용했습니다. 이마트 등 대기업이 입점해 있었고 판매처도 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여서 믿고 틈틈이 생활비 쪼개가며 포인트를 사 모았어요. 그런데 막상 사태가 벌어지니 전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억울합니다.”
대형 마트와 편의점, 음식점 등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20%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할 수 있는 머지포인트를 판매해온 머지플러스가 최근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머지포인트를 받고 물건을 판매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무실 공간에서도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고, 건물 곳곳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이 통제된다’, ‘대면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안내문만 눈에 띄었다.
전날까지 이곳은 머지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가득했다. 머지플러스는 이마트, 지에스(GS)25 등 200여개 브랜드 6만여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상품권인 머지포인트를 20% 할인 가격으로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앱 누적 가입자가 100만명, 발행 포인트 누적 금액이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11일 머지플러스 쪽이 갑자기 서비스를 당분간 축소한다는 공지를 올리고 대기업은 대부분 가맹점에서 제외되는 등 사용 가능 매장이 대폭 축소되자 피해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본사를 찾은 것이다. 가전을 구매하기 위해 큰 금액을 충전해둔 사례 등도 있다며 피해액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소비자들의 주장도 있다.
금요일(13일) 반차를 내고 본사를 찾은 뒤 토·일요일에도 환불을 요구하기 위해 본사 사무실을 찾았다는 직장인 ㄱ(31)씨는 “갈 때마다 200~300명의 사람이 있었다. 본사에서 48시간 이상 기다린 사람도 있는 등 대부분이 오랜 기다림에 탈진 상태였다. 일부 돈을 돌려 받긴 했지만 다들 (전액 환불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고, 일부 소비자가 본사 집기를 가져가기도 하면서 관련 경찰 신고도 잇따랐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머지포인트가 대형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하고, 포인트 사용처가 대형 프랜차이즈라 이번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포인트가 40만원이 있는 주부 장아무개(37)씨는 “대형 이커머스에서 자신 있게 팔기에 별 의심없이 계속 추가 구매했다가 이번에 뒤통수를 맞았다. 다들 한통속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60만원 정도 포인트가 남아있다는 직장인 박아무개(36)씨도 “가맹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길래 너무 좋아했었다. 뉴스가 나와도 이게 현실이 될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뚜렷한 수익구조가 보이지 않는 머지포인트가 신규 고객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폰지사기’ 방식으로 운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ㄱ씨는 “뉴스에서 본 수많은 폰지사기와 머지플러스 쪽의 대응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도 “머지플러스가 연간 회원권 뿌릴 때 낌새가 이상해서 탈퇴한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자영업자들도 대금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가맹점들은 발권대행사 등을 통해 손실보상 대비를 해놔 손해를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번달 대금이 다음달 정상적으로 지급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이 머지포인트에 문제가 생긴 것을 미처 알지 못하는 상점에 서둘러 결제를 한 정황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닭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문아무개(40)씨는 “12일 아침부터 갑자기 15만원어치 포장 주문이 들어오고, 생닭을 포함한 비조리 상품을 보내달라는 주문도 들어와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처음 머지포인트 주문이 몰릴 때는 이벤트 같은 것으로 알고 매출이 많이 나오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미 40만원가량을 팔고 내용을 알아보니 정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중식당 직원 김아무개(61)씨는 “요즘 코로나로 매출이 잘 안 나오는데, 12일은 머지포인트로 금액대가 높은 요리류를 한꺼번에 포장 주문하는 손님이 많아 머지포인트로만 매출 40만원이 나왔다”며 “다음날 한 손님이 전화로 지금 머지포인트 결제를 받으면 대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알려줘 부랴부랴 머지포인트 결제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아무개(34)씨는 “갑자기 머지포인트 결제가 몰려 의아했는데 주변 자영업자들이 알려줘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며 “가게 홍보하는 셈 치고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12∼13일 주문을 받았는데, 주문 250건에 600만원가량이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점에도 따로 상황을 고지해줬어야 했는데, 머지포인트 쪽이 전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상품권을 발행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하게 돼 있는데, 머지플러스는 미등록 상태에서 영업을 해왔다. 장씨는 “(금융당국이) 몇년 동안 묵인하다 지금에서야 터트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금융당국의 관리 태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감원은 머지포인트 사태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환불 지연 사태와 관련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포인트·상품권 발행업체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김윤주 이우연 장필수 기자 kyj@hani.co.kr
▶바로가기: 금감원 “머지포인트 고객 피해 최소화, 선불업자 실태파악”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0078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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