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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쏟아지는 아프간 피란민…탈레반 점령지선 강제 결혼 강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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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주요 도시 잇단 함락에 수도 카불로 피란민 몰려

탈레반과 결혼 위한 신부 납치·젊은이 징집 횡행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공원에 모여있는 북부 지역 피란민들. [로이터=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빠르게 점령지를 넓혀가는 가운데 탈레반의 통치를 피해 수만 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

또 탈레반 점령지에서는 거리에 시신이 널려져 있고 강제 결혼, 강제 징집 등 참혹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수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고 이들 상당수는 동부에 자리 잡은 수도 카불로 몰려들고 있다.

카불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졌고, 카불 시내 거리와 공원 곳곳에서는 이들 피란민의 노숙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물과 음식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한 채 땡볕 아래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연명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 철수 이후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6일 이후 34개 주(州) 가운데 9개 주의 주도(州都)를 장악했다.

이 가운데 쿤두즈, 탈로칸 등 7곳이 북부 지역에 있다.

탈레반이 워낙 빠르게 세력을 넓히는 바람에 도시가 함락된 지역의 주민이 아비규환 상태로 탈출하는 것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에만 아프간에서 35만9천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주말 이후 쿤두즈에서만 6만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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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에서 차를 타고 피란길에 오른 주민. [AP=연합뉴스]


지난 8일 자녀 6명과 함께 쿤두즈를 빠져나온 여성 파리바는 AFP통신에 "교도소 인근에 시신들이 널려져 있는 것을 봤고 바로 옆에는 개들도 어슬렁거렸다"고 참혹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역시 쿤두즈에서 탈출한 주민 압둘마난은 탈레반이 자기 아들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 기관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살해되는 이들도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르와이스 칸 아미리는 "탈레반은 이미 4∼5년 전에 정부 관련 직업을 그만둔 이들까지 살해했다"며 사흘 전에는 단순한 이발사마저 살해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점령지에서는 미혼 여성이나 과부 등에게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하라는 명령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로칸에서 빠져나온 미망인 마르와는 "16세 조카는 약혼한 상태임에도 탈레반 조직원과의 결혼을 위해 끌려갔다고 들었다"며 울먹였다.

2010∼2015년 아프간의 바그람한국병원에서 통역으로 근무했던 미르 지아우딘 세디키도 연합뉴스에 "밤이면 탈레반이 마을로 찾아와 노인들에게 13세 이상 여성의 명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 여성들을 젊은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세디키는 현재 수도 카불에서 20㎞가량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다.

탈레반은 또 전투원 확보를 위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 추산에 따르면 탈레반의 조직원 수는 7만5천명가량이다. 최근 급속하게 세력을 불리고 있지만 30만명에 달하는 정부군 병력보다는 인원이 적은 상태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민간인 살해 등 잔혹행위에 대해 연관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피란민들은 탈레반에 무력하게 밀리고 있는 아프간 정부에도 분노를 드러냈다.

최근 쿤두즈를 탈출한 파오지아 카리미는 AP통신에 "탈레반이 우리 지역을 장악할 때 정부군은 싸우지 않았고 주거 지역에 폭격만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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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파라를 장악한 탈레반. [AP=연합뉴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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