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본섬 서부 해안도로 미소공원의 일몰 풍경. 해가 지고 잔잔한 바다 위로 엷은 노을이 번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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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에서 두 개의 다리를 건너면 완도다. 4차선 도로로 곧장 달리면 완도읍내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빠지면 화흥포항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일몰공원 언덕 모퉁이에 커다랗게 ‘BTS길’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세계적인 스타 BTS가 다녀간 곳인가 유심히 살펴보니 ‘Blue Tour Start Road’라 적혀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면 ‘푸른바다여행길’ 정도가 될 텐데, 우리말로 해석하기도 참 난감하다. 이름이야 어쨌든 완도가 자랑하는 77번 국도 해안 드라이브 길로, 다도해 풍광을 조망하기 좋은 공원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완도 일몰공원에서 보는 풍경. 바다 건너 해남 달마고도의 수려한 능선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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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공원에서는 바다보다 건너편 해남 달마산 능선에 먼저 눈길이 닿는다. 해발 400m 언저리의 바위 능선이 장장 12㎞ 이어지는 달마고도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산정에서 바다로 급작스럽게 흘러내리는 산자락이 넓은 비단을 펼친 듯하다.
완도는 활엽상록수가 많아 겨울에도 늘 푸른 섬이다. 일몰공원 부근에서 산자락으로 들어가면 완도수목원이 있다. 전라남도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원이자 난대림 자생지로, 770여 종의 난대식물이 자라고 있다. 완도에서 가장 높은 상왕산(646m) 자락에 자리 잡아 해안도로와는 또 다른 푸르름을 뽐내는 곳이다.
산 중턱까지 이어진 수목원 산책로를 두루 걸으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대개는 방문자 센터 앞 수변 덱(deck)과 산림박물관을 거쳐 계곡 입구를 돌아오는 기본 코스를 걷는다. 넉넉잡아 1시간이다. 난대 식물원답게 이 코스만 걸어도 육지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나무 군락을 만난다. 동백나무나 후박나무는 익히 들어봤지만, 금목서 비쭉이나무 좀굴거리나무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녹나무 등은 남부지방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다.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원으로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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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난대림 숲속에 목각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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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산림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볼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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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산림박물관은 목조 한옥 건물로, 내부에서 보는 전망도 운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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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를 머금은 나뭇잎은 관람객을 위해 잘 닦아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고, 숲으로 난 산책로는 말 그대로 녹색 터널이다. 계곡 곳곳에 사방댐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폭포를 이뤄 시원한 경치를 선사한다. 대부분 산책로가 짙은 그늘이지만 한여름의 습기까지는 어쩌지 못한다. 산책로 중간쯤 산림박물관에서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도 방법이다. 경복궁 근정전에 버금갈 정도로 큰 목조 건물로 중정을 가운데 두고 전시관이 사방으로 연결돼 있다. 나무와 숲에 관한 전시물 못지않게 전시관 자체가 볼거리다.
상왕산 능선 부근 완도자연휴양림은 바다 전망이 빼어나다. 완도 동쪽 바다로 전망이 트여 있다. 신지도와 고금도를 연결하는 장보고대교를 중심으로 완도의 덩치 큰 섬들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고지대지만 상왕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 역시 난대림이다.
상왕봉 능선의 완도자연휴양림에서는 완도 동쪽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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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갯바람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풍요롭고 여유가 넘친다. 완도는 대표적인 전복 생산지다. 전복 양식장과 그 먹이가 되는 다시마 양식장 부표가 그득하게 바다를 덮고 있다. 양식장 사이에 작은 어선이 뱃놀이 행렬처럼 줄지어 있다.
다시 차를 몰아 당일리 마을을 지나면 도로변 언덕에 미소공원이 있다. 정면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그 끝자락에 해남 진도 완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뚫리고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기분 좋은 전망대다. 사실 해 질 녘 풍광도 일몰공원보다 이곳이 뛰어나다.
5일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씨에 말갛게 해가 떨어지는 바람에 기대했던 황홀한 노을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해가 진 후 어스름 바다에 엷은 노을이 은은하게 번졌다. 섭섭함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는 풍광이었다. 전망대 오른편 당일리 포구는 바다로 튀어나온 산자락이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잔잔한 포구에 작은 어선이 장난감처럼 동동 떠 있다. 엄마 품의 아기처럼 아늑하고 평온하다. 포구와 등지고 있는 몽돌해변에선 파도에 쏠린 자갈 구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완도 서부 해안도로 미소공원의 노을 풍경. 오른쪽 소형 어선이 떠 있는 곳이 당일리 포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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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서부 해안도로 미소공원의 노을. 다도해 섬들을 배경으로 바다 위에 엷은 노을이 번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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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포구촬영장은 드라마 '해신' 이후 수많은 사극의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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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공원 부근에는 청해포구촬영장이 있다. 2004년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 세트장으로 지은 후 웬만한 사극에 어김없이 등장한 곳이다. 바닷가에서 낮은 언덕을 따라 망루와 초가 등 옛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사극 촬영장이 들어서면서 차츰 명성을 잃고 있지만, 숲과 아담한 해변으로 연결된 산책로가 바닷가 세트장만의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완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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