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9개월 만에 광주 법정에 다시 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성과 사과는 없었고 내내 졸다가 20여 분 만에 법정을 떠났습니다.
최선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두환 씨는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9개월 전 1심 선고 때보다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노쇠한 모습이었습니다.
[전두환 :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 광주시민들한테 유족분들한테 하실 말씀 없습니까?) …….]
재판에서 전 씨는 청력보조장치를 착용하고도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부인 이순자 씨가 불러주는 대로 생년월일과 주소를 답했습니다.
그리곤 이번에도 꾸벅꾸벅 졸다가 재판 시작 20여 분 만에 법정을 나왔습니다.
부인 이 씨가 남편이 가슴을 답답해한다며 건강 이상을 주장한 겁니다.
결국, 재판은 5.18 당시 헬기 조종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5.18 유족과 시민단체는 애써 차분하게 대응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명자/오월어머니집 관장 : 아직도 전두환은 멀었어요.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고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 씨는 회고록에서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계속 출석하지 않다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재판부의 경고에 마지못해 4번째로 광주 법정에 섰습니다.
전 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에 열립니다.
최선길 기자(best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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