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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이 눈빛에 암살자도 주춤…탈레반 악몽 되살린 비밀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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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탈레반의 미스테리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의 공식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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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악몽이 20년만에 되살아나는 것인가. 미군과 국제동맹군의 완전 철군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의 4개 주요 거점 도시에 탈레반의 상징인 흰 색 바탕의 샤하다(이슬람교 신앙고백) 깃발이 올라갔다. 뉴욕타임스(NYT)ㆍ워싱턴포스트(WP) 보도를 종합하면 탈레반이 새로 점령한 지역은 전통적으로 반(反) 탈레반 정서가 짙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북부 아프간 주요 주도(州都)이자 인구 37만명이 넘는 쿤두즈 등이 포함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5월 미군 철수를 본격화한 이후 탈레반은 움직임을 본격해왔다. 지난 6일엔 이란과의 접경지역인 자란즈를, 7일엔 또다른 주도인 셰베르간을 점령했다. 파죽지세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아프간에 체류 및 거주 중인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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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지난 8일 새로 점령한 쿤두즈 시에 깃발을 세웠다. 깃발에 적힌 글귀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제다'라는 이슬람교의 신앙 고백, '샤하다' 구절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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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파죽지세를 이끄는 지도자는 누구일까. 탈리반의 어원인 ‘학생(탈리브)’를 이끈다는 의미로 ‘물라’라고 불리는 종교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첫번째 사진)라는 인물이다. 탈레반의 3대 지도자로, 1961년생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가 사망했다는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의 보도가 나왔지만, 탈레반 측이 이를 부인했다. FP는 아쿤자다가 수 개월 동안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탈레반 측 주장이 맞다면 이는 암약을 즐기는 아쿤자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암살 시도에 맞서 조용히 레이저 눈빛



조용하고 미스테리로 남기를 원하는 원칙주의자가 아쿤자다라는 인물이다. 자신을 암살하려고 총을 든 이를 조용히 노려봤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아쿤자다의 제자였던 인물이 NYT에 2016년 전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이 제자는 NYT에 “아쿤자다의 수업 도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총을 들었다”며 “총구를 아쿤자다를 향해 겨눴지만 총이 먹통이 됐고, 당황한 암살자를 아쿤자다는 조용히 노려보았다”고 말했다.

NYT는 “아쿤자다는 탈레반의 종교법정에서 판사 역할도 했던 인물로, 파이터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미스테리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아쿤자다의 휘하에서 탈레반은 내실을 다졌다.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현재 8만5000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했으며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숫자다.



미스테리 즐기는 지도자, 외교도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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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철수하고 탈레반은 파죽지세인 상황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지난 5일 아프간 현지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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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자다가 탈레반 지도자로 등극한 건 2016년 5월이다. 2대 지도자였던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뒤 내부 권력 다툼에서 승리했다. 만수르와 아쿤자다 성향은 대척점에 서있었다. 자금력을 중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즉흥적이었던 만수르와 달리 아쿤자다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였으며 본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적다고 한다.

NYT는 “만수르는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앞두고 갑자기 핸드폰을 끄고 두바이로 잠적하는 등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었다”며 “반면 아쿤자다는 교육과 원칙을 중시하며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 탈레반 내 통합을 우선시한다”고 전했다. NYT는 탈레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국제 구호 기구가 제공하는 알량한 지원 따위를 받으면 머리를 잘라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도 보도했다.

아쿤자다 본인은 행방이 묘연하지만 그의 수하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중이다. 외교활동마저 펼치는 중인데, 탈레반의 2인자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의 얼굴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중국 톈진(天津)에서 만났다. 중국 외교부가 사진과 함께 공개한 내용으로 판단하면 중국이 바라다르를 공식 초청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로서는 아프간 동부 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 입장에선 대중국 몸값도 높이고 미국에도 존재감을 위시할 수 있는 꽃놀이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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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사진. 왕이 외교부장이 톈진에서 탈레반의 2인자를 환대하고 있다. 신화ㆍ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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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결성된 수니파 강경 무장단체다. 세를 확장해 96년부터 아프간 전체로 세를 넓혔고 극단주의 이슬람 율법을 내세운 통치로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폭파시키고 여성의 교육권 등 기본권을 제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의 9ㆍ11 테러 이후, 탈레반은 미국에 의해 2001년 세력이 약화했으나 미국도 탈레반을 발본색원하진 못했다. 냉전시대였던 1979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이 지원했던 아프간 게릴라 세력이 탈레반의 씨앗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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