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더워서 잠자리 뒤척뒤척? 10분 샤워로 시원한 꿀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잠 푹 못 자면 치매 유발 물질 쌓여

고혈압·당뇨병 등 걸릴 위험도 쑥쑥

잠자기 2시간 전엔 운동 다 마쳐야"



한여름 열대야 이겨내기



기록적인 폭염으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낮에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면이 밤에도 식지 않아 숙면을 방해한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간신히 잠들어도 금방 깬다. 매일 잠을 설치면서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해 무기력해지고 집중·기억력도 떨어진다. 올해는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이 더 심해지는 열돔 현상으로 열대야가 예년보다 3주나 빨리 시작됐다. 날이 뜨거울수록 잠은 달아난다. 건강하게 열대야를 이겨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유독 잠자기가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폭염이 심해질수록 열대야로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새 잠을 설치기 쉽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체내 생체시계의 영향으로 아침에 일어날 땐 체온이 오르고, 잠자리에 들 때는 떨어진다. 체온이 떨어져야 잠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폭염으로 외부 온도가 높으면 그만큼 체온을 낮추기 어렵고,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더워서 뒤척일 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다.

수면 시간 짧으면 식욕 늘어 살찌기 쉬워

중앙일보

열대야는 단순히 잠들기 어려운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잠을 자는 동안 수면의 흐름이 불안정해 전체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정신적 피로가 쌓여 머리가 무겁고 낮에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친다. 우리 몸은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매년 폭염·열대야 발생일이 점차 늘면서 일시적 불면증이 만성화할 수 있다.

잠들기 어렵거나 밤새 자주 깨는 등 수면 부족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전신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식욕이 증가해 살이 찌기 쉽다. 잠잘 때 나오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줄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 많이 분비된다. 잠을 적게 자면 체질량지수(BMI)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발생 위험도 크다. 뇌 건강도 위험하다. 잠을 자는 동안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등 노폐물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잠이 부족하면 치매 유발 물질이 뇌 속에 그대로 쌓여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열대야를 슬기롭게 보내는 것이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수면은 내 몸을 재충전하는 과정이다. 사람은 밤마다 잠을 자면서 지친 몸을 회복한다. 나날이 심해지는 폭염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날 땐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첫째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샤워다. 취침 90분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10분 이내 가볍게 몸을 씻는다. 신체 내부의 열기를 피부 쪽으로 전달해 체온을 0.5도가량 살짝 떨어뜨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잠자기 90분 전에 씻으면 평균 10분 정도 빨리 잠에 들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덥다고 찬물로 씻지 않는다.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재원 교수는 “샤워 직후엔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수축·확장하면서 심부 체온을 높인다. 결국 잠들기 더 어려워진다.

자기 전 낮춘 실내 온도, 타이머 설정을

둘째로 실내 온도 조절이다. 날이 덥다고 밤새 에어컨을 켜두는 것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뿐이다. 잠이 드는 온도와 잠을 유지하는 온도는 차이가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편안하게 잠드는 여름철 실내 온도는 26도 내외다. 신원철 교수는 “깊은 잠이 든 새벽에는 체온이 더 떨어지는데,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찬 바람에 잠을 깨기 쉽다”고 말했다. 한 번 떨어진 체온은 잘 오르지 않고, 추워서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잠자기 전 냉방기기로 실내 온도를 낮춰두고 잠자리에 들면 1~2시간 후 저절로 꺼지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둔다.

셋째로 블루라이트 최소화다. 흔히 잠자리 위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하고 간단한 글을 남기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잠든다. 이는 건강한 수면을 방해한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화면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인 블루라이트는 뇌를 각성시켜 잠을 깨운다. 밤 10시 잠자리에 든다면 9시부터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조명은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어둡게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야 잘 분비된다.

넷째로 수면 리듬 지키기다. 주중·주말·연휴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특히 기상 시각을 철저히 지킨다. 얼마나 오래 잤느냐보다 아침에 언제 일어나느냐가 더 중요하다. 늦게 잠들었어도 평소 일어나는 때에 맞춰 기상한다. 수면 호르몬은 일단 잠에 깨면 적어도 15시간 이상은 지나야 다시 분비된다. 예컨대 오전 10시에 일어났다면 새벽 1시나 돼야 졸리는 식이다. 일찍 일어나야 일찍 잘 수 있다. 최재원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30분 정도 앉아 햇빛 샤워를 하면 상쾌하게 잠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섯째로 밤에는 격렬한 운동 피하기다. 몸이 힘들어야 잠이 잘 온다고 생각하지만 운동은 잠을 깨우는 각성 효과가 있다. 운동 후 몸이 안정을 찾기까지 1~2시간 정도 필요하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그날 운동은 마친다. 또 저녁부터는 카페인이 든 커피·홍차·콜라 등 각성 효과가 있는 식품은 피한다. 늦은 밤 즐기는 치맥은 숙면의 적이다. 주은연 교수는 “술을 마시면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온이 더 올라 열대야 상황에서는 더 잠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뇨 작용으로 중간에 자주 깨 고통스럽다. 야식 역시 위에 부담을 줘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대신 수면을 유도하는 영양소인 트립토판이 풍부한 바나나·우유 등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억지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잠은 졸릴 때 자야 한다. 계속 누워 있다고 잠이 오는 게 아니다. 잠자리에 든 후 15분 이내 잠들지 않는다면 뒤척거리지 말고 바로 일어난다. 거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졸릴 때 다시 잠자리로 돌아간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