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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향해 "대화 재개" 촉구한 ARF 의장성명…왕이 "대북 제재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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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화상 회의…통신선 복원 후 남북미 첫 대면

北 이선권 외무상 대신 안광일 인니 대사 참석

北 편 들어준 왕이 "제재 완화" "연합훈련 중단"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8월 방한 가능성

6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실현을 위해 모든 당사자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성과 환영,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 등은 매년 ARF 의장 성명에 명시되는 단골 내용이다. 2019년엔 북한이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까지 의장 성명에 담겼다.

다만 지난해엔 “조속한 대화 재개 필요성”이라는 문구가 의장 성명에 담겼는데, 올해는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식의 한 단계 높은 표현이 담겨 주목된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수 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화 재개 촉구’는 사실상 북한을 향해 대화에 응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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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6일 화상으로 개최된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참여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사진은 정 장관이 지난 3일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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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ARF 회의엔 한국·북한·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27개국이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인해 이날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에 그친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찾아온 남북 대화 국면이 진전될 수 있도록 참여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선 그간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정책에 대해 아세안 차원의 지지와 긍정 평가가 이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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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한다"는 기존 대북정책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로이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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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관여와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일 아세안 회원국과의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에 맞섰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ARF 회의에서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가역 조항'을 조속히 가동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역 조항이란 우선 대북 제재를 완화한 뒤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다시 제재를 복원하는 일종의 ‘조건부 제재 완화’를 의미한다.

왕 부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 제재 및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북한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앞서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남조선군과 미군의 합동(연합) 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며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날 회의는 남북이 통신선 복원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마주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이선권 외무상 대신 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임하고 있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밤 현재 북한의 대표로 참석한 안 대사가 어떤 입장을 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화상회의에 앞서 1시간 가량 전화 통화를 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동향을 논의하고 한반도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상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그러나 자세한 합의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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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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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르면 이번달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중인 것 역시 남북 대화 국면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정으로 풀이된다. 성 김 대표는 지난 6월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번 달 방한이 성사된다면 2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셈이 된다. 특히 한·미 양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뜻을 모은 만큼 성 김 대표의 방한을 통해 양국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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