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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野 대표들 개인 감정싸움 6일째, 지금 그토록 한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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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식적으로 만난 안철수-이준석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오른쪽)가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2021.6.16 jeong@yna.co.kr/2021-06-16 15:46:3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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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 합당(合黨)을 둘러싼 신경전이 ‘철부지 애송이’ ‘요란한 승객’ ‘전범 몰이’ 등 거친 표현으로 연일 고조되고 있다. 4·7 재·보선 직후 합당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양측이지만 최근 실무 협상에서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당명(黨名) 변경 여부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안 대표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며 자신의 휴가 시작일인 9일 전까지로 협상 시한을 제시했고, 국민의당 측은 이 대표에 대해 “분수 모르고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라고 막말로 비난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대표가 아니라 애송이로 보이나. 계급 보고 경례하는 것”이라며 안 대표를 겨냥해 “꼭 요란한 승객을 태우고 가야 하느냐”고 했다. 안 대표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에 항복을 받아낼 때 ‘예스냐? 노냐?’라고 했다”며 맞섰다. 이 대표는 다시 “친일 몰이를 넘어서는 전범 몰이가 신박하다”고 했다. 이런 설전이 6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합당 협상 조건을 놓고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두 개인의 감정싸움이다. 두 사람은 같은 지역구를 놓고 경쟁하면서 쌓인 감정이 상당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둘 모두 야당 대표라는 공인이다. 중대한 국정 현안, 정치 현안을 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치졸한 개인적 싸움을 벌이는 차원은 넘어서야 한다.

이 대표는 제1 야당을 이끌고 있다. 안 대표는 의원 3명의 작은 정당 대표라고 해도 독자적 지지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라는 큰 숙제가 주어져 있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이미 수차례 약속한 합당을 작은 계산을 하면서 미루고 있고, 이 대표는 그런 안 대표에게 통 큰 정치 대신 협량한 공세만 펴고 있다.

지금 국민은 집값 폭등과 전·월세 대란, 코로나 거리 두기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야권이 전열을 정비해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견제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야권에서 벌어지는 일은 난데없는 ‘남녀 갈등 논쟁’과 두 당대표 간의 감정싸움뿐이다. 이 대표와 안 대표가 국민의 바람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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