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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계 ‘메타버스’…MZ세대 열광에 명품 브랜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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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난개발과 기상 이변으로 황폐화됐고,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VR) 속에서 보낸다.

오아시스는 단순히 ‘가상현실’에 그치지 않는다. 오아시스에서 잘나가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최고의 인기 스타다. 오아시스의 게임 머니는 현실 세계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다. 현실에서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도 오아시스에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만들기를 꿈꾼다. 이쯤 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느 쪽이 현실이야?’

영화 매트릭스와 아바타처럼 인간이 현실 세계와 연결된 가상 세계에서 또 다른 자아를 갖고 활동한다는 설정은 SF 장르의 단골 소재였다. 이는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 탈출하고픈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반영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 방식의 확산과 더불어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런 상상이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가상의 한강공원에 모여 사람들과 치맥을 즐기고 몇 시간씩 줄 설 필요 없이 좋아하는 가수의 팬사인회에 입장해 스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현실에서는 비싸서 사지 못했던 명품 브랜드 옷을 가상 세계의 ‘또 다른 나’에게 입혀주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시대의 조류로 떠오른 ‘메타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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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는 메타버스의 시대

▷코로나19 경제 위기에도 급성장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메타)’와 ‘우주, 경험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유니버스)’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기존의 가상 공간은 현실과 괴리된 방식으로만 존재했는데, 메타버스는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상 공간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과 결부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은 메타버스가 체감하기 어렵고 아직은 먼 얘기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달과 가상현실, 증강현실(AR), 디지털 트윈(DT) 등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지만, 이제 인터넷은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이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그전까지는 대부분이 알지도 못했던 개념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전문가들은 2020년대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올스톱’된 2020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AR·VR·MR(혼합현실)을 아우르는 전 세계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시장 규모는 2019년 464억달러에서 2030년 1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업계는 메타버스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는 중이다. 글로벌 가입자 3억5000만명, 동시 접속자 1000만명이 넘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는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 모드가 있다. ‘파티로얄 무비 나이트’를 통해 영화 ‘인셉션’을 상영하고, 방탄소년단(BTS)은 파티로얄 메인 스테이지에서 ‘Dynamite’ 안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열린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의 가상 콘서트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트래비스 스콧의 아바타가 공연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1200만명 이상의 포트나이트 플레이어 아바타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콘서트 이후 트래비스 스콧의 음원 이용률이 25% 이상 상승했고, 그의 아바타가 신고 있었던 나이키의 신발이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게임을 통한 ‘메타버스’의 잠재력이 증명된 셈이다.

미국 어린이들의 온라인 놀이터로 불리는 ‘로블록스’는 최근 주목받는 게임 중 하나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게임 안에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교류한다. 이 자유로운 콘셉트에 MZ세대는 열광했다. 미국 청소년들의 55% 이상이 로블록스를 즐기고 월간 이용자 수는 약 2억명에 달한다. 지난 3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로블록스의 몸값은 무려 50조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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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게임 업체와 손잡고 가상 세계에 진출하는 명품 브랜드가 늘고 있다. 사진은 제페토 월드에 입점한 구찌의 게임 아이템 모습. <네이버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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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 욕구 충족에 열광

▷소득 양극화·MZ세대 부상도 영향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메타버스가 인간의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에 대한 갈증을 충족해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현실 세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비행기를 운행하려면 까다로운 자격 조건은 물론 오랜 노력으로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아무런 제약 없이 파일럿이 돼 손쉽게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의 구조적 성장 요인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닿아 있다. 메타버스는 인간이 현실 세계에서 갖지 못하는 형태의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 향후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메타버스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의 형태는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도 가상 세계 유입을 촉진하는 요소다.

소득 양극화로 프리터족, 딩크족, 욜로족과 같이 계층 이동에 대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성인 중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인구는 2019년 기준 29.4%로, 10년 전 48.4% 대비 19%포인트나 감소했다. 향후 기술 발전으로 메타버스가 현실을 더 그럴듯하게 반영하게 된다면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가상 세계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MZ세대 부상도 메타버스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메타버스 열풍은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세상을 접하면서 자라온 이들은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하다. MZ세대에게 가상 공간에서의 자아는 현실 세계의 자아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MZ세대가 갖고 있는 ‘멀티 페르소나(다중적 자아)’ 특성은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MZ세대에게 SNS를 이용할 때 여러 개의 부계정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멀티 페르소나 특성은 ‘부캐 놀이’라는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부캐 놀이에 집중할수록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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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시작해 무한 확장 中

▷정치·명품 브랜드 등 이색 결합 잇따라

게임을 토대로 성장한 메타버스는 그 확장 가능성에 주목한 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내밀면서 빠르게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아바타를 통한 선거 유세를 펼친 것은 정치권이 메타버스에 주목한 사례다.

게임과 메타버스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비즈니스적 결합도 이뤄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네이버의 가상 공간 플랫폼 제페토와 손을 잡았다. 제페토 안에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실제 본사 건물과 흡사한 모습의 구찌 가든을 열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명품으로 치장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 200만원대에 달하는 구찌 가방을 약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가방뿐 아니라 구하기 힘든 구찌 의류와 신발 등을 제페토에서는 단돈 1만원 내에 구매가 가능해 마음껏 ‘플렉스’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제페토 월드에는 크리스찬루부탱, 나이키, MLB, 키르시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용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꾸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기업은 2억명에 달하는 제페토 이용자들에게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입점 기업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정은수 애널리스트는 “메타버스는 10대 혹은 게임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초기 메타버스 산업은 게임 업체가 토대를 마련했지만 헬스케어, 건설, 유통, 엔터테인먼트, 패션, 방산, 교육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기술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한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체험기 | 제페토·이프랜드 체험해보니

진짜 ‘한강’ 온 줄…떠드는 새 40분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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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10대 중에서는 제페토 안 하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다.” “회사 회의만 들어가면 너도나도 메타버스 이야기뿐이다.”

그야말로 전 한국 사회가 메타버스 열풍이다. 편의점 기업이 제페토 안에 가상 점포를 만드는가 하면 명품 업체들은 아바타가 입을 명품을 속속 내놓기도 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회의를 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연수를 가상 세계 안에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메타버스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이프랜드’를 하루 동안 직접 체험해봤다.

우선 국내 플랫폼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네이버의 ‘제페토’를 깔고 접속을 시도했다. 다운로드 후 아바타를 만들었다. 월드 탭을 누르자 ‘입장 가능한 월드’가 펼쳐졌다.

어느 ‘월드’로 갈까 고민하던 중 ‘한강공원’이 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갈 엄두도 못 내던 곳. ‘여기라도 가보자’라는 생각에 월드에 들어갔다. 가상 공간에서 펼쳐진 한강공원은 상상 이상이다. 반포한강공원의 무지개다리 분수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각종 푸드트럭과 도로 곳곳에 놓인 ‘따릉이’ 자전거는 한강공원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신기함에 셀카를 찍다 좋은 구경을 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배들을 호출했다. “이게 뭐 대수냐”며 투덜대던 선배들도 막상 앱을 깐 뒤 들어오자 신기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순식간에 40분이 흘렀다.

이후 SK텔레콤이 만든 ‘이프랜드’ 플랫폼에 접속했다. 이프랜드는 제페토와 달리 ‘사람’ 중심이다. 제페토는 ‘월드’ 중심이다. 한강공원 월드를 가고 싶다면 한강공원 월드를 선택하는 식이다. 반면 이프랜드는 모임의 목적이 중요하다. 특정 목적을 갖춘 ‘밋업’을 만들고 사람을 모은다. 신입사원 연수나 회사 영업팀 회의 등 제목을 단 방이 꽤 많다.

총평. 왜 메타버스가 열풍인지 이해가 된다. 내가 꾸민 아바타로 실제와 비슷한 ‘가상 환경’에서 노는 재미가 크다. 제페토 안 한강공원에서 놀 때는 실제 한강공원에 온 느낌이 물씬 났다. 이프랜드의 ‘밋업’도 실제 회사 회의실 분위기를 잘 살렸다. 다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완벽한 가상 세계를 기대한다면 현재 ‘메타버스’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다. AR, VR 기술이 아직 적용되지 않아 가상 공간을 완벽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반진욱 기자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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