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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줌인]"마스크 강제하되 경제 봉쇄는 없다"…백신강국 美 '위드 델타'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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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긴장감…미 북동부 일대 둘러보니

식당, 마트 등 마스크 착용한 이들 부쩍 늘어

"다시 위생장갑 꺼냈다…스스로 델타 지켜야"

다만 높은 백신 접종률 덕…별다른 혼란 없어

'봉쇄→관리' 코로나 방역정책 방향 바뀐 美

일각서 양극화 우려…"빈국 더 어려워질듯"...

이데일리

미국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뉴욕 펜역에 마스크 착용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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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2일 늦은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필드에 위치한 독일계 푸드마켓 리들(Lidl). 이날 리들의 모습은 최근 한두달과 매우 달랐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위생장갑까지 착용하고 장을 보는 이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 내 직원조차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던 얼마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위생장갑을 끼고 과일을 고르던 70대 할머니 C씨는 “얼마 전부터 다시 장갑까지 꺼내 쓰기 시작했다”며 “백신을 맞았지만 스스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리들 매장 내에는 한동안 구석에 있던 손 소독제가 중심부에 깔렸고, 삼삼오오 몇 개씩 집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리들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높으니) 지난해 같은 팬데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방역에 더 신경 쓸 것”이라고 했다. 리들 외에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위치한 홈디포(Home Depot), 클로스터에 있는 타깃(Target) 등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미국 내 성인 백신 접종률 70% 달성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델타 변이 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중심으로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는 만큼 경제 봉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차분하게 ‘위드 델타(with delta variant)’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현재 최소 1회 백신을 맞은(at least one dose) 미국 성인의 비율은 70%를 기록했다. 2회 접종을 완료한(fully vaccinated) 비율은 60.6%로 나타났다.

몇 달간 정체했던 백신 접종 속도는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독려 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백신 접종 건수는 81만6000회를 보였다. 5일 연속 7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데이터국장인 사이러스 샤파 박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달 이후 일주일 평균 백신 접종자 수가 가장 많았다”며 “더 많은 백신 접종을 위해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뉴욕주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주 성인 중 최소 1회 접종자 비율은 75.5%다. 뉴욕시 맨해튼의 경우 80.7%에 달한다. 그럼에도 뉴욕시는 현재 백신을 맞으면 100달러를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떻게든 델타 변이 확산을 막아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590명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3일(279명) 대비 거의 열 배 폭증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뉴욕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 △뉴욕, 뉴저지 일대의 국제공항, 다리, 터널, 항만, 버스터미널 등을 운영하는 포트오소리티의 모든 근무자에게 접종 의무화 명령을 내렸다.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의료기관, 요양원 등의 업종 종사자 모두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명령했다.

미국은 백신과 함께 마스크 정책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요즘 뉴욕시 맨해튼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이들이 확 늘었다. 기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포트 오소리티 내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한두달 전만 해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접종을 마쳤더라도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홈디포, 페이스북은 미국 전역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타깃과 맥도널드는 CDC가 전염 위험이 높다고 간주한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했다.

‘봉쇄→관리’ 방역정책 방향 바뀌어

최근 미국의 대응은 주목할 게 있다.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은 되도록 강하게 독려하되, 지난해 3월 팬데믹 초기 같은 경제 봉쇄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정책의 큰 방향을 ‘봉쇄’가 아닌 ‘관리’로 돌린 것이다. 예컨대 독감 같은 질병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맨해튼의 한 이탈리아 식당 직원은 “9월부터 다수의 월가 금융사 등이 주 5회 사무실 근무를 시작하니 맨해튼이 북적일 것”이라며 “실외 영업만 하는 등의 봉쇄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델타 변이를 백신과 마스크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미국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9월 개학을 앞둔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의 학 학부모 H씨는 “델타 걱정이 있지만 대면수업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신 강국’ 미국은 이미 부스터샷 접종으로 나아가는 기류다.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달 22일 화이자, 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자 자료를 검토한 후 면역 취약자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에 예비적 지지를 밝혔다. NYT는 “부스터샷에 부정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 보건 관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밖 일각에서는 백신 양극화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부스터샷을 본격화하면 나머지 백신 빈국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에 난항을 겪으면 경제 재개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

이데일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역에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무료 접종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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