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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新’ 우상혁, ‘펜싱金’ 오상욱...올림픽 청년 키운 운동을 사랑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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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며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왼쪽) 선수와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25·성남시청) 선수. /뉴시스·조선일보 DB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며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와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25·성남시청) 선수. 동갑내기인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학창 시절에 ‘운동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비로 마련한 장학금을 받은 장학생 출신이다.

2일 비영리단체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이건표(69) 회장은 전날 우상혁 선수 경기에 대해 “한국 신기록을 기록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며 “높이뛰기에서 기록 1cm를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운사모는 운동에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지만 가정 형편 등으로 운동에 전념하기 힘든 초·중·고교 학생 선수들에게 고교 3학년까지 매달 각 2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장학금은 운사모 회원인 시민들이 월 1만원씩 각출해서 조성한다. 우상혁 선수도 이곳의 장학생이었다. 그는 2010년 12월 ‘2011년 운사모 장학생’으로 뽑혀 지원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우상혁 선수의 신기록 달성에 신이 난 듯 “(올림픽 참가 전) 세계 대회 최고 성적이 (2m) 31cm였다”며 “(2m) 27, 30, 33cm 뛰더니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고 했다. 이어 “우상혁 선수가 자기 마음껏 즐거운 마음으로 뛰고 온다고 그러더라”며 “마지막 (2m) 39cm를 아쉽게 못 넘었는데 넘었으면 금메달이었다. 내가 아쉬워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우상혁 선수 외에도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선수와 남자 탁구 올림픽 국가대표 안재현 선수도 운사모의 지원을 받았다. 오상욱 선수가 2011년 운사모에 “대전매봉중학교 3학년 펜싱 오상욱입니다”며 “운사모 장학생으로 뽑히게 된 후 더 운동을 즐기며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남긴 글이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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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 위 글은 우상혁 선수가 2016년 개최된 리우올핌픽 참가 전에 작성해 전달한 글이다. 아래 글은 오상욱 선수가 중학교 시절 운사모 공식 카페에 남긴 글이다. /운사모 공식 다음카페


이들처럼 운사모를 거친 장학생 수는 현재 장학생 11명을 포함해 총 54명이다. 운사모가 이들 장학생에게 지급한 장학금 규모는 3억5000만원이 넘는다. 운사모 회원들이 월 1만원씩 모아 만든 기적이다.

운사모가 탄생한 배경은 이건표 회장의 과거 이력 덕분이다. 본래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 회장은 2008년 대전시교육청 소년체전 담당 장학사로 재직하게 됐다. 여기서 그는 체육에 재능이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과거 운동부에 가입한 학생들은 운동화나 운동복을 자비로 사야 했다. 형편이 어려워 이마저도 사지 못해 결국 운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며 “매달 20만원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을 돕고자 지인 4명과 의기투합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인의 지인들이 더 모였고, 2009년 1월 운사모는 120명의 회원과 함께 창립했다. 회원 수는 계속해서 늘어 올해 7월 기준 473명이다.

이 회장은 “올해 운사모 활동 13년째가 되며 (우상혁 선수와 오상욱 선수처럼) 빛나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도 “(성적과 관계없이) 사회에 자리를 잡는 모든 장학생분들 모두가 소중하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장학금을 받았던 선수들이 다시 운사모에 가입하며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열정적인 회원들이 꾸준히 참여해 준 덕분에 이처럼 큰일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운사모 활동은 계속 이어진다”며 “훌륭한 선수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송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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