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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경기도 청년 50%가 “나는 하층”…29% “내집 평생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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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청년 1만명 조사·토론 ‘청년백서’ 펴내

코로나19로 취약 청년층 소득 감소 등 충격 커

청년들 “청년문제 연대와 동질감이 희망”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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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야 내 집 마련이죠. 좀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프리랜서 강사로 결혼 4년 차인 최민아(29·가명)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같은 업종 자영자인 남편과 4살, 2살 아이를 키운다. 코로나19 탓에 강의가 끊긴 그의 월수입은 20만~30만원으로 떨어졌다. 매달 200만~230만원씩 남편이 버는 돈으로 버틴다. 최씨는 “월세 65만원 내는 일도 벅차다”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번다 해도, 부모한테 증여받지 않고 스스로 돈을 모아 수억원대의 내 집을 마련한다고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경기도일자리재단(대표 제윤경)이 지난해 12월16~28일과 올해 3월16~23일 각각 19~34살 청년 5000명씩을 여론(설문)조사한 뒤 두차례 숙의토론 과정을 거친 결과물로 ‘경기도 청년정책 비전 수립 공론화 백서’(청년백서)를 펴냈다. 청년백서와 이에 참여한 청년들을 만나 팬데믹 시대 청년들의 삶과 이들의 희망 등을 살펴봤다.

“부채 있다” 44.4%, “나는 하층” 50.2%


설문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5명은 자신을 경제적인 ‘하층’으로 인식했다. 왜일까? 최근 부동산 광풍 여파가 컸다.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의 집을 언제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향후 5년 이내”라는 답은 12.3%였다. “향후 5년 이상~10년 미만”은 22.3%, “향후 10년~20년 미만”은 19.5%, “향후 20년 이후”는 7.7%였다. 29.4%는 “평생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청년들 44.4%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는데, 그 규모는 △1000만원 미만 13.3% △1000만~2000만원 7.9% △2000만~3000만원 미만 5.2% △3000만~5000만원 미만 4.3% △5000만원 이상 13.7%였다. 빚이 생긴 이유(복수 응답)는 △주거비 46.4% △학자금 39% △생활비 마련 30.9% △가족 지원 9.9% △다른 부채 변제 6.4% △결혼 준비자금 3.9% 순이었다.

근로 청년 10명 중 7명은 월평균 소득 250만원 미만(200만원 이상~250만원 미만 31.5%,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24%, 100만원 미만 15.3%) 저소득자였다.

조사에 응한 청년의 42.8%는 사무관리·전문직이었고 △학생 18.2% △판매영업 서비스직 10.7% △생산기능 노무직은 4.5% △자영업(개인사업) 3.8%였다. 근로 중인 청년 가운데 정규직은 61%였고, 비정규직·기간제근로자·일용직과 자영업자·프리랜서가 각각 28.4%, 7.9%였다.

조사에 응한 청년들의 절반은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50.2%가 “하층”이라고 답했고, “중간층”은 44.1%, “상층”은 5.8%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30~34살에서 “하층”이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30.9%는 앞으로도 결혼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주택 마련 등 금전적인 부담(28.6%), 혼자 살아도 별로 아쉬움이 없어서(21.7%), 결혼제도의 불합리함이 싫어서(20.2%) 등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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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코로나19로 소득활동 축소”


전례가 없는 전염병 유행의 영향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정부에서 공연기획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혜영(29)씨는 “코로나19로 일이 끊겨 소비를 줄이고 지난해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면서 연말에는 좋아지지 않을까 희망하지만, 이 일을 접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청년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희망이나 기대가 없어져서죠. 지금 힘들어도 내년은, 내후년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이제 품기가 어렵죠. 둘째는 코로나19로 심리적 연결이 약해졌어요. 힘든 것을 서로 나누고 으쌰으쌰 하는 동료가 있으면 좋은데, 연결이 약해지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이 심해졌어요.” 경제적 어려움만큼 심리적 고립감도 녹록잖은 셈이다.

청년들은 “최근 2주간 코로나 블루(우울감)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로 인해 경험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48.9%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복수응답 가능)△소득 감소 30.6% △근무·영업시간 축소 21.4% △고용취소, 해고, 원하지 않는 무급휴가, 폐업 20.5% 등이었다. 이런 변화는 월평균 근로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가장 커,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이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나아질 전망은 있을까? 청년들은 비관적이었다. 응답자 82.2%는 “근로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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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자리재단이 청년 공간 현장 간담회를 통해 청년들로부터 청년 일자리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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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끊어낼 수 없는 희망


청년들은 그래도 희망을 말했다.

고양에서 영상 회사를 운영하는 이사야(30)씨는 “청년을 대변할 목소리가 부족했지만, 정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에서 청년 스피커를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청년들에게서 나오고, 수요를 파악해서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서울 이외 다른 지역의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했다. 백현빈(29) ‘마을의 인문학’ 대표는 “서울에 대학과 직장, 집이 없으면 ‘이류’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깔렸다. 어디에 살아도 청년들이 교육·문화·일자리를 고루 누릴 수 있는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진다면 문제도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문제가 전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자각과 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하은(30)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의 문제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 공통적 문제라는 점에서 동질감과 전우애, 연대감 같은 것이 앞으로 희망 아닌 희망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의뢰로 글로벌리서치가 조사했으며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1, 2차 각각 ±1.40%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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