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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회장은 버티기, 학내엔 비방 현수막… 방송대 성추행 사건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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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도 나서서 "징계 확정 서둘러라" 공문
전국총학생회장 "여러 번 사과… 내게 기회 달라"
캠퍼스에 성명서 낸 교수 비판 현수막 게시
한국일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대학본부 앞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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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이 징계 심의 시한을 넘기고서도 징계 여부를 매듭짓지 못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총학생회장을 옹호하는 측이 성추행 문제 공론화에 앞장선 교수들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지만, 학교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뒤에서 와락' 영상 찍혔는데… "방송대, 징계 미루며 2차 가해 방치")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대는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국총학생회장 김모(52)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다. 방송대 학생징계규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 역할을 하는 학생지도위원회(지도위)는 징계의결요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징계 의결을 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30일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지난달부로 연장 기간이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도위에서 징계안이 여러 차례 부결된 이후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교육부까지 나서서 방송대에 징계 확정을 서두르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방송대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씨가 전국총학생회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학내 갈등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김씨는 내부 커뮤니티에 적은 글을 통해 "총장님과 교수님들께 가르침을 받고 지도를 받기 위해 우리 학교에 들어왔고, 좀 더 많은 일을 하고자 총학생회장직에 도전했다"며 "총학생회 나침반이 올바른 방향 가리킬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제게) 기회를 달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학내에 분란을 일으켜 정말 죄송하고, 사법기관과 학내 구성원의 판단을 조용히 기다리며 자숙하겠다"면서도 "진심을 다해 수차례 사과를 했는데, 총학생회장직 사퇴만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좌절을 느꼈다"고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 측에 돌렸다.
한국일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캠퍼스 내에 성명서를 낸 86명의 교수들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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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국총학생회장 성추행 사건은 학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역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회장단 20명은 본보 보도 직후 "2차 가해를 확실하게 막아달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희롱·성폭력심의위원회 징계 의결 결과에 따라 조속히 지도위를 개의해 올바른 결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방송대 교수 86명은 지난달 초 익명으로 성명서를 내고 학교에 2차 가해 조치와 후속 절차 진행 등을 요구했다.

반면 김씨를 옹호하는 학생들은 "이름이 부끄럽습니까"라는 내용으로 성명을 낸 교수들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성추행 사건 알리기에 앞장 선 특정 교수 이름을 거론하며 파면을 요구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본보 통화에서 "전국총학생회장직은 제 의사가 아닌 회칙과 원칙에 따라 유지하고 있다"며 "지역 학생회장들에게 잘보여야 하는 위치인데, 성추행 할 이유도 의도도 전혀 없고, 인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성추행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지도위 개최를 관장하는 학생처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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