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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자국 산업 노골적 지원···중국은 자국 대기업 강력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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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매컨지에 있는 맥 트럭공장을 둘러본 후 ‘바이 아메리칸’ 기조를 설명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매컨지/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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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주축인 미국과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대한 개입을 늘리고 있다. 개입의 방향은 크게 다르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한 자국 대기업들에 잇따라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제품 및 서비스 조달에서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방안을 내놨다. 미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현재는 부품의 55%가 미국산이어야 하는데, 이 비율을 올해 60%로 높이고, 2024년엔 65%, 2029년엔 75%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미국에서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라는 압박이다.

미국 정부는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등 특수광물, 제약 등 4대 핵심 분야에 대해선 자국 공급망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반도체 투자에 연방 예산으로 총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그런데 하원 논의 과정에서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 미국 기업에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결정할 때 고려할 ‘어려운 현실’이 있다”며 “행정부 내부 정책 논의가 완료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만 자금을 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도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일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자국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크게 줄었는데, 중국이 큰 위협으로 떠오른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가 국가 이익에 중요한 사업에 지원을 쏟아붓는 산업 정책을 다시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정보통신(IT)과 사교육, 음식배달, 부동산, 차량호출 등 분야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대해 데이터 보안 위험 등의 이유로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26일 인터넷 산업에 대한 집중 단속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엔 인터넷 플랫폼 기업 25곳을 소집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틱톡의 창업자 장이밍은 최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계열사의 모든 법정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몸을 낮췄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사교육 업체의 설립을 막고 이미 설립된 업체도 증시 상장과 투자, 광고를 전면적으로 막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음식배달업체들에 배달원의 최저시급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 도전을 앞두고 자국 기업들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이 지난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처럼 중국 당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미·중 갈등 분위기 속에서 자칫 미국의 영향력 아래로 넘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통제하고, 소비자들에게 많은 비용을 유발하면서 사회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초강력 대처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중국 본토 증시의 시가총액이 4조3000억위안(약 761조원) 줄어들었다. 시장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중국 정부의 기조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크게 작용했다. 이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29일 개혁개방 정책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취지의 논평을 발표하면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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