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안산 3관왕 다행" 남초 커뮤니티의 태세 전환?… 반성 없이 조롱 계속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산 여자양궁 개인전 금메달 따며 3관왕 오르자
남초 커뮤니티서 "안산 은메달 땄으면 폭격당할 뻔"
"전략 잘못 짜, 페미니스트 함정에 걸려" 억지 주장도
한국일보

한국 선수 최초로 양궁 3관왕 겸 같은 하계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꽃다발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산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 다행이다."

안산(20·광주여대)이 하계 올림픽 3관왕이란 위업을 달성한 30일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갑자기 이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언뜻 보면 안산을 페미니스트로 몰며 혐오 발언과 비난을 쏟아냈던 남초 커뮤니티의 태도가 달라진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속뜻은 달랐다. 안산을 축하하거나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한 게 아니다. 안산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면 반(反) 페미니즘을 외친 자신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안산에 대한 조롱 글을 올리며 '온라인 학대'를 이어갔다.

안산은 30일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6-5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단일 하계 올림픽(동계 올림픽에선 진선유와 안현수가 3관왕 달성)에서 3관왕에 오른 건 안산이 최초다. 안산은 이날 기준으로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20대 남자 탓에 멘털 흔들렸다 했을 것"

한국일보

안산이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안산이 금메달을 따 다행'이라며 이를 비꼬는 글들이 올라왔다. 에펨코리아, 엠엘비파크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산이 금메달을 쏜 순간 남초 커뮤니티에선 안산의 승리 소식을 공유하며 최근 며칠 동안 보여준 것과는 다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에펨코리아'나 '엠엘비파크' 같은 남초 커뮤니티는 쇼트컷 공격과 여대 재학, 안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을 문제 삼은 진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안산의 금메달 소식을 나눈 건 안산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또 이번 논란으로 다뤄진 페미니즘 이슈도 잠잠해질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오히려 안산이 은메달을 땄을 경우 자신들에 대한 공세 수위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남초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안산이 금메달 딴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되느냐"며 "은메달 땄으면 여초들(여성 이용자가 많은 여초 커뮤니티)이랑 언론들이 '너네 때문에 졌다'고 그랬을 것 아니냐"(실***********)고 적었다.

이에 "(안산이) 은메달 따고 눈물이라도 흘렸으면 사이트 바로 원산폭격"(코*), "안산이 눈물 흘렸으면 다 망한 것"(알*******), "20대 남자들 공격 때문에 멘털 흔들렸다고 몰아갔으면 어쩔 뻔했느냐"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정의선, 안산 위로에 "현대차 광고 찍는 거 아니냐" 비아냥

한국일보

안산(왼쪽)이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6-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울고 있는 안산을 다독여주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안산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며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란 표현을 쓴 것도 문제 삼았다.

누리꾼들은 "양궁에서 무슨 차별이 있었다는 것이냐"(미***), "굳이 차별이란 단어를 넣어야 했나. 이렇게까지 갈라치기를 해야 하는 것이냐"(하***)며 역정을 냈다. 한 누리꾼은 "은메달이나 동메달 따고 고개를 푹 숙였다면 대통령이 펨코(에펨코리아의 줄임말)를 직접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이*****)고 비아냥댔다.

이들은 대한양궁협회와 양궁 국가대표팀에 든든한 지원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대한양궁협회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안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와 위로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부는 "현대차 광고 찍고 돈방석에 앉는 것 아니냐" "양궁은 대중적이지 않아 광고는 찍지 못할 것"이라고 야유를 보냈다.

"안산 이미지 무적… 다음엔 신중히 공격하자"

한국일보

안산이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순간, 남성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글. 에펨코리아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되레 "전략상 잘못 접근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양궁 3관왕 달성을 눈앞에 둬 온 국민과 세계의 관심이 쏠린 만큼, 공격 타이밍이 부적절했고 공격하기엔 안산의 발언 수위가 약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누리꾼들은 "안산 이슈를 바로 문 게 안 좋았다. '한국의 금메달리스트가 탄압당했다' 외신에서 이런 기사를 쓰기 딱 좋다"(권**), "국대(국가대표)에 양궁에 대한 호감도, 어린 나이 등 이미지가 무적인데 이걸 도대체 왜 건드렸나"(경****), "(안산이 SNS에서 쓴 '웅앵웅'과 '오조오억'으로) 페미(페미니즘의 줄임말)를 몰기에는 근거가 약했다. 다음에는 신중하게 공격하자"(s********)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

한 누리꾼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에 대한 논란 글로 안산에 대한 여성 혐오는 수세에 몰린 페미니스트들이 판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에펨코리아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쇼트컷과 여대 재학은 문제 삼지 않았는데, 페미니스트와 언론이 자신들을 비판하고자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안산이 쓴 남성 혐오 포현인) 웅앵웅과 오조오억으로 시작된 논란을 어느새 쇼트컷 이슈로 만들었다"(눈********),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여론을 안 좋게 하려고 건수 잡은 것 같다"(g*******)고 토로했다.

한 누리꾼은 "안산에 대한 여성 혐오는 수세에 몰린 페미니스트 주류들이 판 함정이다. 안산에 대한 혐오 (이슈) 확대재생산이다"(오***)란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커뮤니티에 이 누리꾼의 글을 공유하며 "객관적인 분석이자 옳은 소리"라고 환호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