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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갱신권, 쓸수가 없다" 목동 아파트 5억-7억-10억 '삼중 전셋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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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임대차2법 도입 1년, 이중가격이 문제?.. 현실은 '삼중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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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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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1년여 만에 신규와 갱신 전셋값 격차가 2배 벌어져 '이중가격'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삼중' 전세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만기가 도래해 갱신권을 행사하면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전셋값 인상이 제한된다. 하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면 세입자는 꼼짝없이 갱신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시세의 60~80%에 재계약하는 사례가 많다. 임대차2법의 '구멍'으로 '삼중가격'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전세가격 '삼중가격' 시대.. 은마 84㎡ 5억-7억-10억원, 잠실엘스 84㎡ 8억-11억-14억원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84㎡(34평)의 전세가격이 5억원-7억원-10억원 등으로 수렴하는 '삼중가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신고된 이 아파트 84㎡ 13층 전셋값은 10억원이었다. 은마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서 매물로 나온 동일 면적 전세가격도 대부분 10억원~11억원 가량이다. 지난 6월 21일 같은 면적 14층 전세는 5억2000만원에 신고됐고 17일 12층 전세는 5억7750만원에 거래됐다. 신규 전셋값 10억원, 갱신 전셋값 5억원대 등 '이중가격'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 같은 면적 4층 전세는 7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신규 계약 대비로는 3억원 가량이 낮고, 갱신계약이라면 5% 증액 제한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다. '전세 보증금 7억원에 월세 100만원' 조건이 붙은 보증부 전세계약이 지난 6월18일 신고된 점에 비춰보다 '이상한 계약'을 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규와 갱신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같은 '삼중가격'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에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올려준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삼중가격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에서도 발견된다. 지난 6월 갱신계약으로 추정되는 거래의 경우 전세금이 7억8750만원, 8억9250만원이었다. 같은달 신규계약은 14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같은달 15일 13층 전세는 11억5000만원에 계약 됐다. 똑같은 면적인데도 가격대가 8억원-11억원-14억원으로 확연히 구분된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2 전용 95㎡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6월 29일 10억5000만원 전세거래가 이뤄졌고 25일에는 5억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10억원대는 신규, 5억원대는 갱신계약으로 약 2배 가량 가격차이가 났다. 그런데 5월18일 같은 면적의 전세거래는 보증금이 7억350만원이었다. 신규 5억원, 갱신 10억원 사이에 7억원대 재계약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서울시 성동구 행당 한진타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잠실주공5단지,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푸르지오, 노원구 월계동 삼호3차 등 신규-갱신 전세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진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삼중가격'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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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율 77% 라고요?.."갱신권 못쓰고 40% 올려준 세입자는 억울합니다"

이같은 삼중가격 현상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대차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말 임대차2법 통과에 따라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 최장 2년간 1번 더 살 수 있는 갱신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임대료는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올린다. 갱신권을 행사해 재계약을 하는 것이 세입자에겐 무조건 유리하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대차법 개정 이후 지난 5월 기준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계약 갱신율이 77%로 올라갔다며 "다수의 세입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본인이나 자녀, 부모님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집주인이 "시세대로 전세가격을 안 올리면 내가 거주하겠다"는 조건을 걸기 때문에 세입자는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시세에 가까운 60~80%로 전세금을 증액하고 재계약을 한다. 신규 전셋값이 많이 올랐고 이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살던 곳에서 2년 더 사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은 만큼 2년 후엔 임대료 5% 이내 증액이 가능하다. 삼중가격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는 세입자의 '적극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울며 겨자먹기식' 재계약이라서 임대차2법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자들은 "쓰지도 못할 갱신권만 만들어 전셋값만 올라갔다." "집주인이 정말 실거주 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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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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