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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 철통방역 조직위 비웃듯… 호텔 흡연실서 취재진 술판 ‘눈살’ [남정훈 기자의 여기는 ‘코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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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 준수 기본적 의무 불구

서양인 열너댓명 담배피고 음주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방심 금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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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의 최대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을 나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OCHA’(Online Check-in and Health report APP)라는 건강 관련 필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일 취재진의 건강을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어느 곳을 출입하든 손소독도 의무다.

입국 후 14일 동안은 미디어 전용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를 제외한 어떠한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가까운 지하철을 타면 20분에 갈 거리를 미디어 전용 셔틀버스로 이동하느라 한 시간 넘게 가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이뿐만 아니라 14일 동안은 메인 프레스센터(MPC)나 경기장 출입 등 업무를 제외한 숙소에서의 사적인 외출은 15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적 외출에는 식사도 포함되기 때문에 한국 취재진 대부분이 식사를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등의 간편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담배에 관대한 일본이지만 흡연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인 MPC에는 흡연장소가 마련되어 있지만, 최대 6명만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담배 한 개비 피우겠다고 많게는 10명 이상이 흡연장소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진귀한 장면도 연출된다. 아울러 MPC를 제외한 경기장들은 ‘공식적’으로는 전 구역 금연이다.

물론 조직위의 방역지침이나 세부 규제들이 다소 억지스럽고 이게 과연 실효성이 있나 싶은 면도 없진 않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조직위의 지침이나 규제를 충실히 지켜야 하는 게 취재진의 의무다. 이번 올림픽에 모인 취재진에게 ‘최고선’(最高善)은 획기적인 단독 기사가 아닌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대회를 끝마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방역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코로나19는 걸리든 말든 우리는 즐긴다’식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태를 목격했다. 바로 본지 기자들이 묵는 숙소에서 말이다.

지난 28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인 신주쿠 프린스호텔로 복귀한 시간은 자정쯤이었다. 업무를 마친 해방감 속에 호텔 흡연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선 열너댓명 가량의 서양인 취재진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술과 담배를 함께하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시국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들의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방심이 조직위와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대다수 취재진의 노력을 한순간에 허사로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란 놈은 언제 우리 곁에 다가와 주변을 초토화시킬지 모르니 말이다.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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