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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래 밝힌 황선우의 역영과 과녁 빗나간 황당 페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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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기록의 사나이' '한국 수영의 희망' 같은 수식어에 걸맞은 황선우(18·서울체고)의 역영이 미래의 빛을 밝혔다. 황선우는 29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82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틀 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7위를 한데 이어 100m에서도 결승에 올라 이룬 값진 성적이다. 메달권에 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69년 만의 최고 성적일 정도로 빛나는 기록이기도 하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일본의 스즈키 히로시 이후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없었고,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일본의 다니 아쓰시가 7위를 한 이후로는 아시아에서 결승에 오른 선수조차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올림픽에서 육상의 100m 달리기만큼이나 아시아 선수에게는 넘보기 힘든 마(魔)의 종목이었던 셈이다. 이번 올림픽 100m 준결승에 나선 16명의 선수 중에서도 아시아인은 황선우뿐이었다. 따라서 황선우의 자유형 100m 결승 진출은 메달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 수영계에 의미가 큰 선물이라고 하겠다.

우리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황선우의 앞날이다. 올해 18세인 황선우는 기록을 계속 단축하며 성장을 가속하고 있다. 황선우는 지난해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주니어 신기록(1분45초92)을 수립했다. '수영 황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2003년 세운 미국 17∼18세 기록(1분45초99)을 넘어선 것이다. 이어 6개월 뒤인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1분44초96으로 기록을 더 줄인데 이어 지난 25일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1분44초62로 다시 한번 세계주니어기록과 한국기록을 새로 썼다. 자유형 100m에서도 이번 올림픽 준결승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신기록과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웠다. 두 종목에서 세계주니어기록을 보유하며 주니어 레벨을 이미 점령한 황선우는 이번 올림픽 100m, 200m 결승 진출로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적 선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박태환 이후'를 고민해온 한국 수영에는 새로운 활력이 생긴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황선우가 더 성장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제2, 제3의 황선우가 나올 수 있게 수영의 저변을 더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당장에는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50m 경기를 남겨놓은 황선우를 응원하는 일도 남아있다.

이렇게 우리 선수를 응원해야 할 때에 황당한 논란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인 안산(20·광주여대)을 두고 '페미니스트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이 과거 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 일부에서 남성 혐오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말을 썼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비난이 나오더니 안산의 쇼트커트 머리를 놓고 그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트집을 잡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공격이 이어지자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주세요', '악플러들을 처벌해 주세요' 등 제목을 단 글이 이틀간 수천 건 올라왔다고 한다. 양성 평등의 시대에 선수의 머리 스타일을 놓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거두려고 노력하는 올림픽 선수들에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다. 지금은 우리 선수들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해도 모자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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