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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노동자 보호" 명목으로... 中 이번엔 음식 배달 기업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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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장감독총국, 배달 노동자 사회보험 가입 요구
1,300만명 달하는 노동자, 사실상 정직원으로 고용
대표 배달 기업 '메이퇀' 26·27일 주가 폭락 양상
한국일보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컨퍼런스에 설치된 메이퇀 로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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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규제 행보가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청소년 사교육 규제안에 이어 이번에는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배달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새 지침을 내 놨다. 겉으로는 반(反)독점과 금융 안정을 명목으로 한다지만 국가 안보와 노동권 등으로 규제가 계속 퍼지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26일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의무를 실천하고 배달원의 권익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에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상무부 등이 공동 참여한 이 지침은 메이퇀과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 등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했다.

또 중국 정부는 이번 의견에서 “인터넷 음식 배달 플랫폼의 사회 책임을 실천하고 배달원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안정을 단호하게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원의 평균 수입이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 임금에 못 미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또 각지에 배달 노동자들이 머물러 쉴 수 있는 대기 장소를 마련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음식 주문 분배 알고리즘도 손봐 전체적인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낮춰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정부가 나서 복지 제도의 사각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긱 노동자(임시 단기 노동자)’인 배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이야기지만 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2020년 말을 기준으로 양대 플랫폼인 메이퇀과 어러머에 속한 배달 노동자만 각각 950만명, 3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사실상 정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담에도 불구하고 메이퇀은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앞으로 우리는 단호하게 (정부) 지침을 지켜나가고 적극적으로 업무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노동 보장, 배달원 복지 등 측면에서 노동자 권익을 철저하게 수호하겠다”는 반응을 내 놨다. 최근 정부의 새 규제와 지침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기업들이 일제히 ‘철저 이행’을 다짐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메이퇀의 미래를 어둡게 본 듯하다. 홍콩증시에서 메이퇀 주가는 이날 13.76% 급락한 235.5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27일에도 또다시 17.66% 하락해 194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다행히 28일에는 7.35% 반등해 208.6홍콩달러로 장을 마쳤다. 메이퇀과 함께 중국의 3대 기술 대기업으로 꼽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가도 떨어졌다. 텐센트 주가는 27일 홍콩 증시에서 9% 하락하며 약 10년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알리바바도 26일과 27일 이틀 연속 6.4%씩 주가가 떨어졌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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