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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에도 하소연 못하는 180만 소상공인과 낮잠자는 플랫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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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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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사진=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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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형 온라인플랫폼'을 약 25~30개로 추산한다. '대형'의 기준은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혹은 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구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카카오톡 누적 가입자가 1억명 이상이고,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1개 이상의 제품을 산 사람이 1485만명에 달하는 점에 비춰보면 국민 대다수가 대형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일반 소비자 만큼이나 대형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사람은 소상공인이다. 정부는 대형 플랫폼과 거래하는 입점업체는 180만개, 연간 거래액은 8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연간 80조원의 돈이 오가는 시장이지만 대형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계약서 교부'는 법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다. 계약서 없이 거래한 입점업체는 대형 플랫폼으로부터 갑질을 당해도 어디에 하소연조차 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1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플랫폼법)을 발의했다. 플랫폼법은 대형 플랫폼의 계약서 교부 의무와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사항을 규정했다. 대형 플랫폼의 금지행위도 명시됐지만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쟁법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규제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아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플랫폼법은 6개월째 국회에서 잠을 자는 신세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법 입법에 반대하는 한편 이와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법을 운용하는 부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정위와 방통위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대선 정국에 돌입한 국회가 플랫폼법을 아예 '관심 목록'에서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 경우 180만 입점업체는 앞으로도 얼마나 더 '계약서 없는 거래'를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게된다.

공정위의 플랫폼법이든, 전혜숙 의원 발의 법안이든 동일한 목표는 '입점업체 보호'다. 다만 플랫폼 업체의 혁신을 최대한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소상공인들은 국회와 정부가 이런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단이 미뤄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180만 입점업체"라는 한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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