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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잡겠다" 장담하더니…"정부 혼자선 안돼" 국민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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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키운 부동산 담화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4개 부처 장관·기관장이 대국민 담화를 내며 "공급은 충분하다. 지금 집값은 정점 수준"이라며 국민들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 최근까지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며 쏟아내던 각오 대신 돌연 "부동산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금폭탄·임대차법으로 역풍만 키운 정부가 이제 와서 대안도 없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28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주택 가격, 전세 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과 관련해 "주택 수급 요인만이 현 시장 상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도한 상승 기대심리와 부동산 시장 왜곡 행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략 8000자, 20여 분에 달하는 국민 담화문에서 집값 폭등에 대한 사과·반성과 관련한 언급은 '송구하다' 한 번뿐이었다. 그 대신 '투기'를 16차례, '심리'를 7차례, '불법'을 6차례, '교란'을 5차례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부동산 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노력해도 투기, 불법 거래가 뿌리 뽑히지 않고 국민 스스로 매수를 자제하지 않으면 집값 잡기는 요원하다는 변명과 압박이 담긴 담화문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집값 관련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다"며 국민들에게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듣는 국민은 참 어이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면서 세금과 규제로 미친 집값을 만들고, 임대차 3법으로 미친 전월세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며 "이제 와서 국민과 시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는 정말 아니다"고 썼다.

[이지용 기자 / 김동은 기자]

'투기' 16번 언급한 홍남기…부동산 대책없이 對국민 엄포

경찰청장까지 나와서…"매수 자제" "투기 엄단" 협박 담화문

집값 고점론 근거로 댄 통계
유리한 지표만 인용해 호도

洪부총리 '공유지의 비극' 비유
집값폭등 원인 이기심 지목

정치권 "이렇게 무지하나"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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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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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경찰청까지 합심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최근 다시 치솟고 있는 집값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세금 폭탄, 임대차3법 등 정책 실패로 발생한 시장 불안 책임을 국민의 무분별한 '추격 매수' '투기 심리' 탓으로 돌렸다.

특히 홍 부총리는 국민의 이기심을 '공유지(공용 목초지)의 비극'이라는 경제용어를 사용해가면서 에둘러 비판했지만 정치권에선 "상황에 맞지도 않는 황당한 해석"이라는 냉소만 쏟아졌다. 28일 홍 부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지나친 심리 요인 작동'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런 심리를 자극하는 배경 중 하나로 투기세력을 지목하며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나서 단속과 엄벌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이런 투기현상이 지금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거래 71만건을 전수조사해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지만 69건에 그쳤다. 전체 거래 건수의 0.009%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집값이 올랐다고 코로나19 탓을 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비웃음까지 나온다.

홍 부총리가 최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때마다 '애창곡(18번)'으로 꺼낸 집값 고점론도 질타를 받고 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18~9%로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았다"며 "실제 지금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가 말하는 집값 조정장은 1997년 10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KB국민은행 기준 18.2%,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9% 조정된 때를 말한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48% 상승했다. 홍 부총리가 말한 수년간에 걸친 조정장보다 작년 한 해 상승폭이 훨씬 컸던 셈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잠시 집값이 떨어진다 해도 결국 길게 보면 언제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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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로서 외환위기 등을 거론한 것도 부적절한데 불과 몇 시간 전 얘기는 달랐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바로 10시간 전인 전날 오후 10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높여 4.3%로 제시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우리의 우수한 대응력과 회복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바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경제 사령탑으로서 원칙과 소신도 없이 분위기에 따라 이리저리 말을 바꾼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가 국민 협조를 구하면서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야권 대권 후보 중 한 사람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지에만 해당되는 말이지, 사유재산인 주택에 무슨 공유지의 비극이 있냐"며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무지한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공유지의 비극 이론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황폐화되고 만다는 것을 경고하는 개념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시 공급이 충분하다는 항변과 국민 탓뿐인 내용을 보면 국민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은 허탈함뿐"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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