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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산사태보다 더 무섭다는 '땅밀림' 우려 지역이 전국에 77곳...산림청,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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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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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땅밀림이 발생한 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구리 야산. 2016년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균열이 확인된 바 있다. 황주홍 전 국회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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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경북 포항 지진 당시 포항시 용흥동 야산에서 2차례 땅밀림이 발생했다. 전체 땅밀림 규모는 28.3㎝ 규모로 계측됐다. 다행히 땅밀림에 의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땅밀림에 의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많다.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최대 진도7) 당시 구마모토현 아소(阿蘇)지방에서는 땅밀림에 의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전쟁터 같은 지진 현장을 취재하다 들어간 아소대교 인근 마을 곳곳에서는 거대한 ‘땅밀림’ 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아소대교 인근 고지대에 건립된 한 아파트단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주차장 등 곳곳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래쪽으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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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진도7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한 건물의 주차장이 땅밀림으로 갈라져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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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충격으로 땅밀림이 발생하면서 주차장 끝 부분의 사면이 아래 쪽으로 밀려 내려가면서 아스팔트가 쩍쩍 갈라져 있었다. 땅밀림의 충격으로 아파트 단지의 철책도 쓰러져 있었다. 건너편 주차장에서도 땅밀림이 발생, 아스팔트에 큰 균열이 나 있었다. 트럭 바퀴는 갈라진 틈에 빠져 있었다.

땅밀림은 땅속 물이 차오르면서 약해진 땅이 비탈면을 따라 대규모로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을 말한다. 산비탈 등의 토층이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서서히 낮은 곳을 향해 지속적으로 미끄러져 이동하는 게 특징이다. 지진이나 태풍에 따른 폭우 등에 따른 땅밀림이 생기면 뒤이어 산사태 등 2차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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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밀림.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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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지진 당시 땅밀림이 발생한 현장. 윤희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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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2006년부터 2017년 사이 5m 이상의 표고변위(특정 지점의 높이 변화)가 발생한 땅밀림 발생 우려지가 전국에 19만여곳이 있다는 사실을 2018년 실시한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산림청은 그중 땅밀림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만여곳을 선정, 2019년 이후 매년 2000곳에 대해 정밀 외관조사 및 물리탐사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9년과 2020년 실태조사를 실시한 4000곳 가운데 땅밀림 발생의 위험이 높은 A등급 지역이 39곳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땅밀림이 우려되는 B등급 지역은 38곳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구조물을 세우는 등의 대책이 시급한 곳만 22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구조물 대책이 필요한 곳은 산지 속 균열이나 단차 등 땅밀림 징후가 발생하고 있어 향후 재난 발생 시 인명 및 재산 피해 위험성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여름철 집중호우 및 태풍 시 발생할 수 있는 땅밀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땅밀림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산림청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땅밀림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을 설치해 땅밀림 현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지금은 전국 40곳에 이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전남 완주군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을 당시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을 통해 이상 상황을 확인하고 주민들을 사전에 대피 시킨 바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2028년까지 땅밀림 우려지역 2만 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완료,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2024년까지는 우선 전국 땅밀림 위험지도도 만들기로 했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땅밀림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빈틈없이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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