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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길 왜 가"…무더위 쉼터 대신 지하철 계단에 앉은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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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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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역에서 이모씨가 친구와 함께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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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에 달하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무더위쉼터가 운영 중이지만 이용자가 적다. 코로나19 여파로 백신 접종 완료자만 이용을 허용하고, 이용 인원 수에 제한이 걸리면서다. 4차 대유행 중 찾아온 폭염을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텅 빈 무더위쉼터…"쉼터인지도 몰랐다"

27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동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는 텅 비어있었다. 센터 내 마련된 탁자와 소파가 쉼터로 지정됐지만 순번을 기다리는 민원인들이 잠깐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말에도 운영을 하고 있지만 주말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고 평일에도 잠깐 쉬어가는 시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구로구의 한 새마을은행 지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기표를 손에 쥔 은행 고객들이 주로 자리에 앉아있었고, 인근 버스정류장에 있던 시민들이 잠시 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와 서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기준 총 2451개의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경로당이 1636개(66.7%)로 가장 많고, 주민센터(420개) 순이다. 대부분 경로당·복지센터 등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입장이 가능하며 2m 이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인원 수도 제한된다.


백신접종 완료자만 입장 가능, 2m 거리두기 해야..."갈 이유 없다"

각 지자체는 거리두기 4단계 실행으로 경로당을 일시 폐쇄했다가 폭염이 지속되자 제한적 운영으로 돌리는 추세다. 종로구 관계자는 "어르신들 갈 곳이 없어 더워 죽겠다는 소리가 많아 경로당을 열기로 했다"며 "감염 위험 때문에 인원을 제한하고, 백신 접종 완료자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로당 이용자는 적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찾은 종로3가 인근의 한 경로당에는 김무성(80) 경로당 회장만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은 "구청에서 갑자기 열라고 해서 오후 1시부터 열었는데 사람이 올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5명까지만 이용 가능한데 나를 빼면 4명"이라며 "집과 달리 마스크도 계속 착용하는 등 행동이 제한되는데 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은 주로 친목이 목적이다. 그러나 거리두기로 인원 수와 활동이 제한되면서 당초 경로당을 찾을 이유가 줄었고, 이에 따라 무더위쉼터로 기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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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동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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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계단에 앉은 어르신들

대신 지하철 역에서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종로3가역에서는 노인들이 2~3명씩 모여 계단에 박스 등을 깔고 앉아 부채를 흔들었다. 가방 안에 준비해 온 음식물을 꺼내 마스크를 벗고 먹는 이들도 있었다.

광진구에서 왔다는 이모씨(80)는 10년째 매년 여름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지하철역 계단에서 사귄 10년지기 2명과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만나는 것이 일과다.

이씨는 "에어컨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와 일단 밖으로 나왔는데 따로 갈 곳이 없어 시원한 이곳에 왔다"며 "경로당이나 주민센터를 평소에도 안갔는데 무더위쉼터로 지정된다고 가겠나"고 밝혔다. 이어 "쉼터에 사람도 많이 몰려있을텐데 코로나 때문이라도 가기 싫다"고 강조했다.

무더위쉼터의 66%가 경로당이지만 일부 노인들이 이를 찾지 않는 셈이다. 주민센터나 민간시설 등의 경우 쉼터인지 모르는 이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 특수상황서 무더위쉼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 때문에 무더위쉼터 운영을 못해 올해 예산이 줄었다"며 "이에 따라 최근 1·2차 수요조사를 진행해 예산 25억원을 집행했으며, 오는 30일까지 3차 수요조사를 통해 추가 지원금을 각 자치구 별로 교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디딤돌앱을 사용하면 자치구 별로 무더위쉼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며 "거리두기 등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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