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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나노' 빼든 인텔 "퀄컴·아마존 유치"…파운드리 위협 받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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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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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가 26일(미국 현지시간) 인텔의 향후 공정 및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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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반도체 공룡' 인텔이 차세대 공정·패키징 관련 로드맵을 공개하며 2025년까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지 4개월 만에 열린 기술전략 설명회에서다. 인텔은 신기술 개발과 반도체 장비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해 세계 최초로 0.1㎚(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의 계속되는 공격적인 메세지에 국내 업계의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업은 인텔의 등장으로 TSMC와 삼성전자의 '2강 체제'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파운드리 시장을 절반가량 차지한 TSMC보다는 점유율이 20%에 못 미치는 삼성전자가 받는 압박감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2나노' 먼저 꺼내든 인텔…4개월만에 '퀄컴·아마존' 고객사 확보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26일(현지시간) 웹 캐스트 '인텔 엑셀러레이티드'에서 세계 최초로 옹스트롬 미만의 칩을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해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4년부터 첫 번째 옹스트롬 공정인 20A(2나노)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하고, 다음해인 2025년에는 18A(1.8나노) 공정에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나노미터 공정과 관련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그동안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5나노, 3나노 공정 관련 언급을 한 적은 있지만, 이보다 미세한 부문에 대해서는 표현한 적이 없다. 보다 미세한 공정을 선제적으로 언급하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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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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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이날 옹스트롬 시대를 열기 위한 혁신 기술로 '리본펫'과 '파워비아'를 소개했다. 리본펫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것으로, 2011년 핀펫 기술 이후 처음 선보이는 기술이다. 파워비아는 인텔만의 후면 전력 공급망을 말한다. 파워선을 웨이퍼 후면에 연결해 회로 구조를 효율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드맵 실현을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과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ASML로부터 업계 최초로 차세대 장비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EUV 노광장비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사용되는데,기존 장비 14분의 1 수준인 극자외선을 쓰는 쓰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 퀄컴과 아마존을 고객사로 맞이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TSMC와 삼성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과는 2024년 생산 예정인 인텔20A 공정 기술로, 아마존웹서비스에는 패키징 솔루션(칩을 조립하는 공정)을 제공할 예정이라 소개했다. 다만 계약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TSMC 쫓기 바쁜데…인텔 '선전포고' 삼성 압박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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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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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날 인텔의 발표를 기존 파운드리 시장 질서를 뒤흔들겠다는 선전포고로 인식한다. TSMC를 뒤쫓는 데 집중했던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격도 신경써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순위는 TSMC 55%, 삼성전자 17%다.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인텔은 7나노 생산에도 애를 먹고 있지만 대규모 자본력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힐 것이란 관측이다. 인텔은 이날 공개한 기술들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술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난 상황"이라며 "연구개발(R&D)과 자본 투자까지 확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쳤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배경에는 인텔이 최근 보이는 공격적인 행보도 뒷받침된다. 인텔은 최근 EU(유럽연합)와 유럽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보조금 지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 업계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인텔은 시장 진입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가 TSMC에 시장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불안감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양강 체제라는 점과 삼성이 초미세공장에서 TSMC를 바짝 쫓는다는 점 때문이었다"면서 "반도체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한 인텔이 정부 지원을 토대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날 인텔이 발표한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양산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못박은 시점까지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인텔은 인상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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