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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플로깅을 아시나요? 쓰레기 주우며 ‘스쿼트'까지…MZ세대 마음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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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 배준석 씨(26)는 최근 플로깅(plogging)에 푹 빠졌다. 매일 저녁마다 집 근처 공원에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 배 씨가 플로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5월에 열린 한 플로깅 이벤트에 참여를 하면서부터다. 운동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설명에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한 번만 가볍게 하자’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첫 플로깅부터 쓰레기를 상상 이상으로 만났다. 30분도 안 돼서 30ℓ 쓰레기봉투가 가득 찼다. 한 번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 싶어 ‘매일’ 하기로 결심했다.

“플로깅을 할 때마다 봉투가 가득 찬다. 항상 지나다니는 거리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있는 줄 몰랐다.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앉았다 일어서니 하체 운동을 추가로 하는 효과도 있다. 운동을 하며 환경 보호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플로깅’ 열풍이 뜨겁다. 플로깅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달리는 운동’을 뜻하는 영어 ‘Jogging’의 합성어다.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활동이다. 국내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쳐 ‘줍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친환경 이슈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열풍은 수치로 나타난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올해 6월 네이버에서 ‘플로깅’을 검색한 횟수는 2만9300회에 달했다. 지난해 7월 2780건 대비 954% 증가했다. 약 1년 만에 관심도가 10배나 늘어난 셈이다.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는 ‘플로깅’을 태그한 게시물이 3만개가 넘는다.

매경이코노미

운동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코오롱스포츠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직접 플로깅을 홍보하며 눈길을 끌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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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MZ세대 사로잡자

▷기업에서도 ‘플로깅’ 쑥쑥

플로깅이 인기를 끌면서 경영에 적용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MZ세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홍보 목적으로 플로깅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4월 11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플로깅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이마트 성수점과 주변에서 플로깅을 실천했다”는 문구와 함께, 본인이 직접 화단의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는 사진을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SK이노베이션은 사내 자원봉사 활동으로 ‘산해진미(山海眞美) 플로깅’을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 계열 직원들이 서울, 울산, 인천 등 사업장 인근 도심과 산,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이다.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산(山)과 바다(海)를 지켜 참(眞) 아름다운(美) 지구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최근에는 산해진미 플로깅을 홍보하기 위한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경영진이 총출동해 음악에 맞춰 재미있는 몸동작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유행을 감안해 행사를 마련하는 곳도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비대면 온라인 봉사 활동 플로깅을 진행했다. 특정한 장소에 여럿이 모이지 않고, 플로깅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활동한 후 개인 SNS에 이를 인증하는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한빛소프트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함께 6월 한 달 동안 진행한 비대면 마라톤 행사 ‘어스앤런 플로깅(Earth & Run Plogging) 챌린지’를 열었다. 그린피스가 주최한 행사에 회사가 자체 개발한 달리기 앱 ‘런데이’를 지원했다. 해당 행사는 참여자 1만4000명, 누적 참여 시간 2871시간을 기록하며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기업 사내 행사를 벗어나 고객과 함께하는 행사로 격상하는 경우도 있다. KB손해보험은 6월 26~27일 강원도 양양군 죽도해변에서 고객들과 함께 ‘KB플로깅 캠페인’을 개최했다. KB손해보험 측은 “고객과 함께하는 온·오프라인 플로깅 캠페인을 통해 환경 보호는 일상에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플로깅 인기 이유는

▷친환경·운동 ‘다 잡았다’

플로깅 열풍 배경에는 ‘친환경’과 ‘운동’이 자리한다. 최근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 플로깅 확산을 부추겼다. 쓰레기를 주울 때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하체 운동 ‘스쾃’과 비슷해, 하체 운동 효과가 크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실제 스웨덴 피트니스 앱 ‘라이프섬’ 조사에 따르면 30분 동안 조깅만 하는 사람은 평균 235㎉를 소모하지만 같은 시간 플로깅을 하는 사람은 288㎉를 소모한다고 알려졌다. 운동 효과를 배로 거두는 셈이다.

인기가 지속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한동안 ‘플로깅’을 활용한 마케팅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더 널리 퍼졌다. 더 이상 환경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 경영은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내놓는 설문조사마다 ‘ESG’ 경영 실천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답변이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플로깅’ 마케팅은 당분간 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로깅해보니

끝없는 쓰레기 줍기…허리·다리 부러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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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을 한 지 1시간 만에 쓰레기봉투의 절반이 찼다. <장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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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할 때마다 쓰레기봉투가 다 차요.” “조깅보다 55㎉나 더 소비한다니까요.”

각종 블로그와 SNS에 올라온 플로깅 참여 후기를 보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정말 쓰레기가 그렇게 많을까, 뛰면서 페트병을 줍는 게 운동이 정말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효과’가 있는 활동인지 점검해보기 위해 서울 중랑천에서 직접 플로깅을 시도해봤다.

7월 14일 저녁 8시 20ℓ 종량제 봉투를 들고 플로깅을 시작했다. ‘에이 진짜 그렇게 많겠어’라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를 마주쳤다. 담배꽁초를 하나하나 주우며 걷다 보니 20분도 안 걸릴 거리를 지나는 데 1시간이 걸렸다. 담배꽁초밭을 지나니 더 줍기 힘든 쓰레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바로 대출 명함. 담배꽁초는 그나마 집게를 비스듬히 눕혀 주우면 꽤 쉽게 처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땅바닥에 딱 붙어 있는 대출 명함은 빳빳해서 구겨 잡기조차 어렵다. 결국 찜찜함을 무릅쓰고 손을 사용했다. 집게만 들고 오고 장갑을 들고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스스로를 원망했다. 이어 이용자가 많은 농구장과 운동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앉아서 쉬는 이가 많아서 그런지 플라스틱 병, 종이컵, 정체 모를 비닐 봉투가 즐비했다. 쓰레기를 계속 줍다 보니 2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들고 온 종량제 봉투는 빵빵하게 가득 찼다.

총평.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다면 ‘플로깅’은 하기 힘들다. 도중에 뛰지 못하고 계속 쓰레기만 주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랑천도 ‘조깅’은 못하고 ‘줍기’만 했던 구간이 꽤 길다. 줍는 시간이 길다 보니 마지막에는 허리에 통증이 왔다. 오히려 건강을 해친 셈이다. 플로깅을 할 계획이 있다면 비교적 쓰레기가 적은 보행로에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래야만 제대로 ‘뛰면서’ 쓰레기를 주울 가능성이 높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문지민·장지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9호 (2021.07.28~2021.08.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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