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스님 영결식서 작심 발언…"정치 목적으로 인격 학살 안 돼"
나눔의집 이사장 월주스님, '후원금 운용' 논란 후 발병·입적
추미애 "정치가 정치다워야…대선 후보들 한심한 작태" 비판
인터뷰하는 윤석열 |
(김제=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6일 '후원금 운용' 논란이 불거진 나눔의 집 사건을 두고 "인격 말살을 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은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스님의 영결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월주스님이 (나눔의 집 사건으로) 큰 상심을 했고 (이것이) 대상포진으로 이어져 결국 폐렴으로 입적했다는 얘기를 금산사와 조계종 관계자에게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나눔의집에 대한 제보 내지는 시민단체 고발이 들어와서 검찰, 경찰이 수사했는데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시민단체, 언론 이런 곳에서 (월주스님에게) 인격 학살적 공격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나눔의 집 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대표이사 월주스님 등 5명의 이사진에 대한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다.
당시 도는 후원금 용도 외 사용, 보조금 목적 외 사용, 노인복지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논란은 20년 넘게 나눔의 집 이사장을 맡았던 월주스님을 물러나게 한 계기가 됐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이런 식으로 국가 질서가 이뤄져서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군사 독재정권보다 정교하게 국민의 자유를 말살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이 작심발언은 수사기관의 불기소에도 나눔의집에 행정처분을 내린 경기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월주스님이 입적하기 전 과정을) 조계종과 금산사 관계자께 들으니 착잡했다"며 "내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패륜' 발언에 대해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배후'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한 것을 두고,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을 향해 정통성을 말하는 것은 주인의 뒤꿈치를 무는 것보다 더한 패륜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답하는 추미애 |
비슷한 시각 영결식에 참여한 민주당 대권주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추 전 장관은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원회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후반기라 시간이 있다. 그 사이 국회법을 개정해서 법사위 기능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탄핵, 윤석열 산파, 김경수 사퇴 등 자신의 이른바 '자책골 해트트릭'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가 정치다워야 하는데 진흙탕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70년대 구태 정치가 자꾸 발목을 잡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말 같지 않은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추 전 장관은 또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으로 촉발된 지역주의 논쟁 등 대해 "월주스님은 사회 개혁과 변혁 운동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분이다. 영결식장에서 세속의 자잘하고 구태적인 일에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월주스님 영결식에 尹-秋 한자리에…대화 없이 ′어색한 기류′ |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은 이날 월주스님 영정 앞에 헌화하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이들이 한 공간에 함께한 것은 윤 전 총장이 퇴임한 지난 3월 4일 이후 처음이다.
둘은 영결식장 내에서 의자 1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으나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앞서 추 전 장관은 현직이던 지난해 11월 24일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등 6가지 사유를 들어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으며 윤 전 총장은 이 조치에 반발, 징계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시작했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재임기에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둘은 여야에서 각자 대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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