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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강 빠진 중년 남성… ‘철인3종 사고’ 시민영웅이 밧줄 던져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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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요한(41)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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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한강에서 모터보트를 타던 시민이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린 중년 남성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 인근 한강에 빠져있던 중년 남성 A씨가 시민의 손에 의해 구조됐다. A씨를 구조한 이는 인근 선착장에서 20년 가까이 수상레저교육서비스업을 하는 이요한(41)씨다.

평소처럼 수상스키를 타는 손님과 함께 보트를 타고 이동하던 이씨는 30m쯤 앞에서 어떤 물체가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멀리서 보니 사람처럼 보여서 수상스키를 타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까이 가보니 남성이 물에 빠져있었다”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보트에 있던 구명 밧줄을 던졌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A씨는 이씨가 던진 밧줄을 붙잡았다. 이씨는 “밧줄을 잡고 당기는 모습에 삶에 대한 의지가 전해졌다”며 “(A씨에게) ‘줄을 꽉 잡고만 있어라, 내가 잡아당겨 끌어 올려주겠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힘껏 밧줄을 잡아당긴 끝에 A씨는 이씨의 보트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구조 후 A씨의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이씨가 “괜찮냐, 춥지 않냐“고 묻자 A씨는 “괜찮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는 A씨를 가까운 곳에 내려주지 않고 5㎞가량 떨어진 자신의 선착장까지 데리고 갔다. 그는 ”(A씨가) 다리에서 뛰어내린 것 같았는데 넋이 나가 보였고 기운도 없었다”며 “그냥 앞에 내려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전하게 선착장까지 같이 가서 안정을 취하게 했다”고 말했다.

선착장까지 간 이유는 또 있었다. 이씨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활기차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삶에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의지가 다시 생기고 마음도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앞으로 좀 잘되셨으면, 마음을 다잡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씨의 선착장에서 안정을 취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에게 이런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2019년 9월 한강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수영 경기 중 100여명을 구한 ‘시민 영웅’이기도 하다. 당시 한강 물살이 갑자기 거세지면서 경기에 참여했던 이들이 물에 휩쓸렸다. 인근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이씨는 직원들과 보트 두 개에 구명조끼 100여개를 싣고 사고 현장으로 가 구명조끼를 던졌다. 당시 사고로 1명이 숨졌지만, 이씨의 구명조끼를 받은 100여명이 무사히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흘째 실종상태였던 사망자를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도 이씨다. 이씨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가족·지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며칠간 수색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이씨는 행정안전부·희망브리지전국재해구호협회로부터 ‘참 안전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재난·안전사고 현장에서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보호한 의인의 공로를 기리고자 마련된 상이다.

이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힘든 사람이 많지만, 많은 이들이 의지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에서 일하면 안타까운 일들을 자주 접한다. 시신도 많이 봤다“며 “(A씨가)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삶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역시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니 점점 나아졌다“며 “이런 생각이 삶을 반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힘들더라도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진다는 마음으로 다 같이 힘내서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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