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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문 닫은 춘추관…청와대 소식 알 길은 ‘서면 자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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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은 ‘야외 브리핑’ 시도

다른 부처는 화상브리핑 진행

청와대는 추가 질의도 어려워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대통령 모두발언 등 원래 공개되는 부분도 취재기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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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지난 11일부터 재택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시행되면서 취재기자들이 일하는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이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확산 때 기자단과 협의로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감염병 발생에 따른 조처를 넣어 춘추관 폐쇄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23일 폐쇄조처는 다음 달 8일까지 연장되었습니다. 매일 확진자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이달 11일 시작된 폐쇄조처가 거의 한 달 동안 유지되면서, 먼발치에서라도 기자들이 대통령을 볼 수 없게 된 상황이 계속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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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관은 청와대 브리핑실과 기자실이 있는 곳입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대변인 브리핑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국정 현안에 관해 설명하는 곳입니다. 대통령 일정과 행사,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이곳에 상주합니다.

춘추관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완공된 이후 폐쇄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춘추관은 지난 2003년 5월11일∼17일 한차례 문을 닫은 적이 있지만, 이때도 당시 참여정부가 기자실을 개방하면서 시설 공사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춘추관이 폐쇄되면서 현재 청와대 브리핑과 기자들과 질의·응답 등은 모두 서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무산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주요 현안들이 발생했지만, 청와대는 모두 서면을 통해 이를 알리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들이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카카오톡 등을 통해 받은 뒤 국민소통수석실이 한참 뒤에 서면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 공개 행사에 들어가 취재하는 것도 없어졌습니다. 원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한정된 행사 공간 등을 감안해 한두명의 기자들이 전체 기자들을 대신해 행사 내용을 취재해 공유하는 ‘풀기자 제도’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춘추관 등 시설 폐쇄와 함께 청와대는 기자단에 풀기자도 운영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어 행사에 최소인원만 참석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풀기자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조처는 사실 우리보다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각했던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일입니다. 지금까지 3439만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61만명이 숨졌지만 미국 정부는 백악관 기자실을 닫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며 미국 정치에 대한 저술 활동을 하는 박상현 칼럼니스트는 “코로나19가 아주 심할 때는 백악관 야외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아주 작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도 출입기자를 두세칸 건너뛰고 앉게 하는 방식으로 계속 문을 열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방역 ‘개념’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들의 취재를 최대한 보장해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야외 브리핑’도 시도했던 게 아닐까요.

청와대는 다른 정부 부처나 기관이 비대면 브리핑용으로 활용하는 웹회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나 외교부 등은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받거나 실시간으로 받아, 대변인 등이 화상으로 접속한 기자들에게 바로 답을 합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등을 가급적 피하지 않는 것이죠. 반면 청와대는 실시간 답변 대신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고 쓴 서면 브리핑만 반복해서 기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추가 질문 또한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행사를 취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방역을 위해 춘추관을 폐쇄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 일정에 들어가는 풀기자 취재를 빼버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개 일정에서 돌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청와대가 선별해 제공하는 자료 외에는 알 수 없게 돼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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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춘추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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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고려하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폐쇄조처는 문을 닫는 게 핵심이 아니라 기자들도 4단계가 되면 ‘일시 멈춤’을 하자는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 상황은 ‘방역’과 ‘경제’ 가운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 등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재 역시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를 적용해야 할지, 장시간 동안 ‘재난 상황 최고 컨트롤 타워’가 언론의 취재 영역에서 빠져도 되는 건지 질문을 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재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찰하고 생생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중요합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감염병에 맞서 싸우기 위한 성찰과 반성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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