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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소마 망언’에 면죄부 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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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방일 추진 노력 폄훼

양국 정상회담 무산 원인 제공

日, 징계 없이 정기인사교체 할 듯

한·일관계 또다시 잘못된 신호 줘

일본 정부가 한·일 현안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폄훼한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거취에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이 “외교관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나타냈으나 징계 여부 언급은 없었다.

최근 한·미·일 공조를 논의한 3국 외교차관회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일개 외교관 거취가 관심사였다.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할 것인지, 정기인사 형식으로 바꿀 것인지 질문이 나왔다. 외무성 관료 수장인 모리 차관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외교당국 소통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라면서 답하지 않았다.

세계일보

김청중 도쿄 특파원


일본 정부 태도에서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징계 절차가 법률 적용 과정인 만큼 사전에 입장 표명을 회피함으로써 실제 징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반발과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신중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2019년 7월 부임한 소마 공사를 정기인사의 형태로 교체하겠다는 안하무인적 태도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상황은 전자보다는 후자 쪽인 듯하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공무원법은 국가공무원 등이 이 법이나 국가공무원윤리법을 위반했을 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태만히 했을 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걸맞지 않은 비행이 있을 경우 가장 높은 수위인 면직에서부터 정직, 감봉, 계고(戒告)의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무상 의무에는 공익을 위해 근무하고, 법령과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따르고, 해당 관직의 신용을 훼손하거나 관직 전체의 불명예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소마 공사 발언은 도쿄올림픽 계기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엄중한 상황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일본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몇 가지 질문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일본에서는 소마 공사 발언처럼 외교 관계에 중대한 상처를 주는 행위가 관직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가. 일본에서는 어떤 행위가 징계의 대상이 되는가. 소마 공사 발언은 일본의 공익에 부합하고 법령과 상사의 직무상 명령을 준수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는가.

일본 정부가 정식 징계를 밟지 않겠다면, 결국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여러 복잡한 현안으로 어려운 한·일 관계에 또다시 대단히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 대사라는 문제적 인물이 있다. 주한 대사 경력을 자산 삼아 혐한(嫌韓)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교관은 주재국에 불만이 있더라도 양국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보통인데 재직 시에는 친한파처럼 행동하다가 퇴임 후에는 반한 인사로 돌변한 연구 대상이다. 이번 발언에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는 이제 현직 외교관마저 주재국 국가원수와 정부를 능욕해도 된다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스가 총리 등 제3자의 유감 표명은 있으나, 정작 소마 공사 본인의 반성을 듣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장차 발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헤이트 스피치급 발언이 우국충정으로 포장돼 일본 우익이 환영하는 무토 전 대사 사례처럼 한·일 관계의 기초를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 대응을 주시하는 이유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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