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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입대 경험없어 군 인권문제 타협없이 조사합니다" [fn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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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
수직·수평적 문화 어우러져야
軍, 더 건강한 조직 될 수 있어
공무원처럼 직장협의회 구성을


파이낸셜뉴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외부자이기 때문에 철저히 비타협적일 수 있는 거죠."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사진)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2004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징병검사에 반발해 병역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구치소 생활을 했다.

일각에선 군 입대 경험이 없다는 점을 들며 임 소장의 자격 여부를 따지지만, 정작 임 소장은 덤덤했다. 군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리를 두고 사안이 옳고 그른지만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설립해 12년째 군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014년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이른바 '윤일병 사건'을 사회에 알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2017년 박찬주 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사건'을 고발했고, 지난해엔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전역 처분된 '고 변희수 하사 사건'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임 소장의 이력과 '고 변희수 하사 사건'의 영향으로 군인권센터가 성 소수자 문제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담당 사건의 98%가 이성애자 군인 사례라고 한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접수하고 상담한 사건은 약 1700건에 달한다.

임 소장은 25일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 '보편적인' 인권 문제를 다룬다"며 "동성애자 군인 사례도 이 보편적인 인권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대다수의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해에만 1680건 이상의 이성애자 군인 문제를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이 성추행 피해 후 세상을 떠난 이 모 중사 사건을 허위보고·은폐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임 소장은 "일각에선 '부실 수사'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조직적 사건축소·은폐라고 보는 게 마땅하다"며 "군사경찰단장은 이 중사가 강제 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누락해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누락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대 내 조직문화와 관련, "계급이 높다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데 이를 간과하고 권력을 휘두르니까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성추행이나 가혹행위를 해도 주위에서 묵인하고 문제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군대 내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른 공무원처럼 직장협의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직적인 문화가 전시 명령계통에선 중요하지만, 수평적 문화와 결부됐을 때 조직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게 임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만 군대를 잘 갔다오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집단적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권 친화적인 군대를 만들어야 자신의 자녀도 안전하게 군대를 다녀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에겐 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도 군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군인권센터를 지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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