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반란’ 시대정신 돼야
기존 정치판 자체를 바꿀 수 있어
기득권의 모범과 희생이 첫 걸음
소선거구제 의원 선거도 바꿔야
‘尹의 120시간’ 말이 안 되는 소리
노동시장·일에 이해 전혀 없는 것”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고 진영 논리로 쪼개진 나라를 통합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 제가 추구하는 미래 지향점은 기회와 통합에 맞춰져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회’와 ‘통합’을 그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극빈한 생활을 이겨내고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해 공직사회에 발을 들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복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대한민국을 ‘국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의 사회라고 진단한 뒤 기회복지 국가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기득권 타파를 강조하며 권력구조 개편도 화두로 제시했다. 아래는 김 전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정치세력 교체’를 주장한다. 그동안 정치권 바깥 인사가 세력교체를 주장하면서 대선에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교훈을 얻은 게 있나.
“제 생각과 그분들 주장이 같은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의 양당 구조 하에서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꿀 수 없다. 지방을 다녀보니 많은 분들이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생각하고 있었다. 제3지대 얘기를 많이 하지만 정치권의 언어일 뿐이다. 기득권을 유지·확장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진 확신범들이 하는 얘긴지는 모르겠다. 언젠간 깨져야 한다.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통해 기존 정치판 자체를 바꿔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저서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선 기득권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 첫 번째다. 정치권부터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수많은 과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 동참을 이익단체 등 관련된 분들에게 요청할 수 있다. 자기진영 금기를 깨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정치권의 승자독식 구조를 깨야 하는데 이를 위해 소선거구제 국회의원선거를 바꿔야 한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한 정치세력 교체와 정치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여권에서는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질타한다. 심지어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나라는 기재부의 나라도 아니고, 정치인의 나라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나라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편가르기의 전형’이다. 제가 알고 있는 전·현직 어느 기재부 공무원도 이 나라를 기재부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때로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판단이 조금 성숙하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가지고 기재부의 나라라고 질타하는 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에서 “정치권부터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수많은 과제와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익단체 등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부총리 시절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일주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노동시장과 일에 대한 전혀 이해가 없는 말씀이다. 이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과 함께 정부 안에서 저와 이견이 많았던 사안이다. 이 주제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강한 소신을 표명했다.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게 맞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너무 많다. 삶의 질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에서 직종과 직업, 기업 규모, 계층의 특성에 따라 신축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 소통, 보완책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선출직에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고 대권으로 직행하는 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웃음) 저는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판을 바꿔야 하는 사람이 기존 정치판에서 활동했다면 얼마큼 사람들이 동의해 줄까. 총선 출마 권유도 받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양쪽으로부터 출마 권유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금의 정치판과 정치구도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최형창, 곽은산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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