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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20시간’ 아니어도…이미 ‘포괄임금제’로 철야도 사업주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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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연속 근무해도 수당 못 받아”…포괄임금제에 우는 노동자들

“기업이 포괄임금제 악용…주 52시간 안 지켜져”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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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크런치’(크런치 모드,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 기간이라고 해서 강제 야근, 철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철야할 때는 20시간 이상 연속으로 근무합니다. 너무 힘든데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지난 3월 접수된 제보다. 제보자 ㄱ씨는 “회사는 계약서에 월 연장근로 50시간, 월 야간근로 20시간 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포괄임금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논란이 일면서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환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25일 “주 120시간까지는 아니어도 회사 마음대로 야근을 시키는 방법이 바로 포괄임금제”라며 단체에 접수된 포괄임금제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기본급을 미리 정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발생하면 시급의 1.5배를 산정해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의 예외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 유효하다.

하지만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닌데도 ‘공짜 야근’을 위해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아이티(IT)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ㄴ씨는 “근로계약서에 없는 디자인 업무나 제품 개발도 했고, 새벽까지 근무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야근수당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ㄷ씨는 “근로계약서의 월급에 연장근로수당 월 20시간이 포함되고, 초과분은 연장수당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며 “월 40시간 넘게 야근을 했는데, 연장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주 40시간, 최대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지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당연히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연장근로를 거부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노동자들은 직장갑질119에 포괄임금제 아래에서 장시간 노동은 피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스타트업 회사에서 2년 넘게 일했습니다. 일주일에 2회 이상 회사에서 밤샘 작업을 했고, 밤샘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주 60시간 넘게 근무했습니다.”(직장인 ㄹ씨) “포괄임금제로 계약해 일했습니다. 1년 동안 기본이 밤 9시 퇴근, 일이 많을 땐 밤 11시나 12시에 퇴근했습니다. 주 단위로 계산하면 60시간을 넘게 일한 적이 많습니다.” (직장인 ㅁ씨)

직장갑질119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단속 등 포괄임금제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제도와 시간외수당제도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상 특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포괄임금약정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지난 10년간 법원의 일관된 판단임에도 고용노동부는 당사자 간 계약이라며 불법을 방치·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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