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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난 싸워야만 했다" 내전 시리아 12살 탁구소녀, 도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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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탁구 여자단식 예선서 4대 0 패배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이겨냈다는 교훈"

베테랑 상대 선수도 "자자 진심으로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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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최연소 선수(12세)로 기록된 시리아 탁구팀의 헨드 자자. [사진 국제탁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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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싸워야만 했다. 당신도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라.”

도쿄올림픽 최연소 선수로 기록된 시리아 탁구대표팀의 헨드 자자(12)에게 올림픽의 문턱은 높았다. 자자는 24일(현지시간) 첫 출전인 탁구 여자단식 예선에서 오스트리아 선수 리우 지아(39)에게 4세트 경기에서 4대 0으로 패배해 탈락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시리아의 하마시(市)에서 2009년 1월 태어난 자자는 도쿄 올림픽 출전 선수 1만 1000여 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선수였다. 나이 뿐 아니라, 내전 상태인 시리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을 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감동을 전했다. 간신히 얻은 올림픽 출전 기회였지만, 예선 첫 경기부터 베테랑 선수를 만나 탈락하고 말았다.

자자는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에게 “준비 과정이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어떻게든 이겨냈다는 것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교훈은 올림픽 첫 경기에서 졌다는 것”이라며 “다음 번에는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면 된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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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시리아의 헨드 자자 선수가 여자 단식 예선 경기에서 오스트리아 리우 지아와 싸우는 모습. 자자는 4세트 경기에서 4대 0으로 리우에게 패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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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는 내전으로 인한 잦은 정전 탓에 해가 떠 있는 낮시간 만 훈련을 할 수 있었고, 콘크리트 바닥에 낡은 테이블을 놓고 훈련을 해야했다.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으려 해도 비자 발급이 거절돼 출국을 못 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언급하며 “지난 5년 동안 많은 경험을 겪었다”며 “(시리아에서)전쟁이 전국적으로 났고 올림픽 출전 자금 모금이 연기되는 등 힘들었지만, 나는 싸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자자는 “꿈을 위해 싸워라(fight for your dream). 이것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나의 메시지”라고도 했다. “당신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든지, 최선을 다하면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다.

자자의 첫 올림픽 상대였던 오스트리아 대표 리우는 올림픽 출전 경험만 여섯 차례인 베테랑 선수였다. 도쿄 올림픽이 첫 올림픽이었던 자자와 반대로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한다. 자신보다 30살 가까이 어린 선수를 상대해야 했던 그는 자자의 또래인 10살 딸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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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의 첫 올림픽 상대였던 오스트리아 대표 리우 지아(39).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인 그는 자자의 또래인 10살 딸을 두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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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는 취재진에게 “딸에게 ‘너보다 두 살 많은 사람과 엄마가 싸워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딸이 ‘그러면 지지 않기 위해 더 잘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자자도 딸과 같은 소녀이고, 올림픽이 쉽지 않았을 텐데 놀라울 뿐”이라며 “나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비록 패배였지만, 자자의 도전에 외신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ㆍ인디펜던트도 경기 결과를 전하며 “12세의 소녀가 도쿄 올림픽에서 역사를 썼다”고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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