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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물가와 GDP

델타변이에 공급물가 '융단폭격'…아른거리는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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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서울 문래동 철강단지에서 구리 원자재가 판매되고 있다. [매경DB]


최근 델타 변이발 경제 충격 우려감이 커진 가운데 공급 물가까지 급등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에 물가급등이 겹친 현상)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

아직 수출 등 실물 경제가 버텨주고 있어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델타 변이 확산과 물가 급등 지속 여부에 따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실제 최근 공급 물가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제유가 급등 여파에 전년 동기 대비 8.6% 급등했다. 2011년 10월(8.9%)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에 출하되거나 수입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1차 금속, 화학제품을 비롯한 중간재와 원유, 곡물과 같은 원재료 등 1125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공급물가 상승세는 올 2분기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지난 1월 -1.2%에 그쳤지만 4월(6.6%), 5월(8.5%) 이후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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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공급물가


문제는 공급물가 상승 원인이 한국이 '관리'할 수 없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델타 변이발 경제 충격→소비 둔화→공급물가 상승→구매여력 하락→소비 추가 악화→경제 충격 가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데 공급 쪽에서도 물가 충격이 발생한다면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한은 시각도 이번달 들어 미묘하게 변했다. 한은은 17일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해상운임 급등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경제 타격 진원지인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 전망을 4.0%로 제시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성장률이 3.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내년 성장률 역시 3.0%에서 2.4%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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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악화를 가정했을 때 올해 이후 성장전망


안창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이 3%대까지 낮아진다는 것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성장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델타 변이 상황이 성장률의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가계부채 급증 부담이 더해지며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아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선제적으로 정책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나아져 금리 부담이 적어지는 국면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두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과도한 유동성 확대를 막야아 한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게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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