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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서초동 25시] 총장 부속실 압수수색때 공수처·검찰 ‘고성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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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양측 갈등 임계치 왔다”

“영장 집행하겠습니다. 비켜주십시오.”

“일단 잠깐 기다려 달라니까요.”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층 로비에서 공수처 검사·수사관과 대검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2018~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전 차관 성 접대 의혹’을 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를 조작·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대검 8층에 있는 검찰총장 부속실 압수수색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윤중천 면담’에 참여했던 A 수사관은 총장 부속실 직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만큼 대검 직원들이 압수수색을 끝까지 막을 순 없었지만, 양측의 대치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수십 분간 계속 됐다. 그 상황을 보고받은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후 주변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 묘한 일이 벌어졌다. 대검이 20일 수원지검이 수사하던 ‘공수처의 허위 보도 자료 작성’ 사건을 안양지청에 이송시킨 것이다. 공수처가 안양지청 관할이어서, 공수처 관계자 기소를 염두에 두고 그 사건을 이송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해당 사건은 지난 3월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사건의 당사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을 공수처 차량으로 과천 공수처 청사로 들어오게 한 뒤 면담한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해 공수처가 나중에 내놓은 해명 보도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요즘 법조계에선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임계치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지난 1월 공수처 출범 이후 두 기관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지난 3월 공수처가 ‘수사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성윤 고검장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는 검찰이 하더라도 기소 여부는 우리가 판단하겠으니 기소 단계에서 사건을 다시 보내라’는 ‘기소 유보부 이첩’을 주장하자 검찰은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공개 반박했다.

최근엔 검사 비위 사건의 관할을 두고 또 충돌했다. 공수처가 “모든 검사 비위는 공수처의 전속적 관할”이라고 했지만, 대검은 “검사와 관련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검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자체 종결할 수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법조인들은 “예고된 충돌”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공수처 설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졸속으로 입법하는 바람에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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