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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배달료도 몰라… 배달기사 갑질계약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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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대행업체 163곳 계약서 실태점검

타 플랫폼 금지·수수료 일방 변경

계약해지 후 경업 금지 등 불공정

141곳 중 124곳 항목 수정 등 합의

‘기사 권익보호’ 표준계약서 채택

1만2000명 기사들 보호 받을 듯

세계일보

기본 배달료를 기재하지 않고, 여러 플랫폼으로부터 주문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배달기사에 대한 배달대행업체들의 ‘갑질 계약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이들 업체들에 불공정 조항을 개선한 표준계약서를 채택하도록 권고했다.

서울시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지난 4월∼7월 지역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문제 조항이 다수 발견됐다.

22일 시에 따르면 이 실태점검은 서울·경기지역에 등록된 배달기사 50인 이상 163개(서울 64개, 경기 99개)에 대해 이뤄졌다. 배달대행업체는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분리형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배달기사 요청을 받고 기사들에게 업무를 배정한다. 시는 폐업 및 주소불명 업체를 제외한 141개 중 124개 업체가 불공정 항목을 수정하거나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서 점검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는 배달기사는 1만2000명 규모다.

주요 불공정 조항으로는 기본 배달료가 정확히 적혀 있지 않아 들쭉날쭉한 배달료를 받는 사례, 다른 업체에서는 업무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플랫폼 이용) 금지, 일방적 수수료 변경, 계약해지 후 경업(경쟁업종) 금지 의무 등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기본 배달료를 가급적 계약서에 명시하고 상황에 따른 추가금액을 지급하도록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건당 수수료를 명확히 정하고, 배달업무 수행 중 사고 발생 시 업체에 귀책 사유가 있다면 책임을 분담하도록 했다. 경업금지 의무는 계약기간에만 유지하도록 했고, 배달기사가 여러 업체로부터 업무를 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점검 대상 업체의 76.1%인 124곳은 연내에 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서를 자율 시정하거나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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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차별 금지, 산재보험 가입 등 배달기사 권익 보호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지난해 10월 마련됐다. 당시 배달업계·노동계 등 민간이 주도하고 관계부처가 지원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논의됐다.

표준계약서 채택과 자율시정을 모두 거부한 17개 업체에 대해서는 주의를 주는 한편 향후 관련 신고가 접수될 경우 다른 경우보다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현재는 불공정 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표준계약서 채택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이들이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등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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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배달기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배달기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번 점검을 실시했다”며 “을의 위치에 있는 배달기사들은 불합리한 조항에도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채택 업체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배달기사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는 물론 배달대행업체와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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