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외국어 표기 지침 개정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김치를 중국음식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한 문체부 훈령 개정을 요구하며 만든 이미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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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이 바뀌었다. 문체부는 22일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체부 훈령 448호)’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훈령은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 용례를 ‘신기(辛奇, 중국어 발음: 신치)’로 바꿨다. 지난해 7월 15일 제정된 기존 훈령에서는 ‘파오차이’였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발효하지 않는 염장 채소로 김치와 다르다. 하지만 김치에 대한 중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파오차이가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문체부가 이를 반영해 지난해 훈령에 적용했다. 하지만 중국 바이두(百度) 백과사전 등이 김치를 “중국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면서 문화공정 논란이 일었고, 문체부 훈령의 ‘파오차이’ 제시에 대한 비난 여론도 생겼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도 ‘파오차이’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15일 네이버 V 라이브 ‘달려라 방탄’에서 김치를 소개했는데 중국어 자막이 ‘파오차이’였다. 당시 네이버 측은 문체부 훈령에 따라 번역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네이버 '브이앱'을 통해 공개된 웹예능 '달려라 방탄'(Run BTS) 142화에서 한국어 '김치'가 중국어 자막상 '파오차이'로 번역돼 논란이 일었다. [브이앱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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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김치’의 중국어 후보 16개를 검토한 끝에 ‘신치’로 결정했다. 중국어로는 ‘기’‘김’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선택했다. ‘신치’는 한자어로 ‘맵고 신기하다’는 뜻이다. 문체부 박태영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신치'를 명시해 우리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를 구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식품산업정책실장도 “훈령 개정을 통해 김치와 파오차이 간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개정된 훈령이 민간 부문에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 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누리집, 홍보 자료 등에 적용된다”며 “민간 부문에는 적용을 강제하지 않으며 관련 업계에서는 훈령을 참고해 사업 환경에 따라 번역ㆍ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신치’를 쓰는 일은 어렵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 등 법규의 ‘진실 속성’에 따르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명칭을 쓰도록 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법에 따라 현재로서는 기업이 김치를 수출할 때 ‘파오차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며 “괄호 안에 ‘신치’ 혹은 ‘Kimchi’를 병기할 수는 있다. 외교적으로 해결해나갈 문제”라고 했다.
문체부는 김치 뿐 아니라 한국 음식의 외국어 표기법에 관한 훈령을 일부 정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기관, 전문가의 협의와 검토를 거쳐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 표기 방식을 수정ㆍ보완했다. 기존 훈령에서 ‘순대’와 ‘선지’는 ‘블러드 소시지(blood sausage)’ ‘블러드 케이크(blood cake)’로 제시 됐지만 혐오감을 준다는 우려를 반영해 ‘sundae’ ‘seonji’로 바꿨다. 문체부는 “훈령은 원칙과 일부 용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통합지원 시스템’에서 더욱 다양한 번역ㆍ표기 용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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