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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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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외교부 경고 대놓고 비웃은 中, 한술 더떠 '사드 갑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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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대사 기고 '대선 개입' 우려에

中 "대사는 즉시 입장 밝히는 게 책무"

사드도 "한국, 단계적 처리 합의 이행하라"

이미 배치된 사드까지 철수하라는 함의

합의문에 없는데도 틈만나며 꺼내며 압박

"사드 봉인됐다" 靑 4년 전 선언과 반대

저자세 외교, 尹 공격 급급 여권도 빌미 줘

중앙일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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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언론 기고가 외교 결례이자 선거 개입의 우려가 있다는 국내 비판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신중하라”는 외교부 공식 경고를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기고 관련 질문에 “중국의 해외 주재 대사는 중국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즉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책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15일 야권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고한 한ㆍ미 동맹의 기본 위에서 대중 외교를 펼쳐야 수평적 대중 관계가 가능하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에 대해서도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16일 “한ㆍ중 관계는 한ㆍ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반박문을 중앙일보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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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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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적으로 사실상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승배 신임 차관보도 20일 싱 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다시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도 자오 대변인은 ‘할 바를 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드 문제로 역공에 나섰다. “한ㆍ중은 이미 단계적 처리라는 컨센서스를 이뤘다. 한국은 양국 합의에 따라 근본적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기를 희망한다”면서다.

주목할 부분은 또 들고나온 ‘단계적 처리’다.

양국은 2017년 10ㆍ31 합의를 통해 교류 정상화를 약속했다.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입장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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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3일 필리핀 마닐라 소피텔 호텔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김상선 기자



그런데 직후인 11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회담에서 갑자기 중국이 “(사드의)단계적 처리(階段性處理ㆍ계단성 처리)에 합의했다”며 합의문에도 없는 표현을 들고 나왔다. 단계적으로 진행해 결국 이미 배치된 사드까지 철수하는 데 합의한 것처럼 들리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중국의 영어 번역 표현은 단계별(step by step)이 아닌 현 단계에서(in the current stage)”라며 그런 뜻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도 외교채널을 통해 ‘사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 현 단계에서 차근차근 접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남관표 주일 대사(10ㆍ31 합의 당시 협상 대표)가 3불에 대해 “입장 표명일 뿐 약속이 아니다”라고 하자, 자오 대변인은 또 “단계적 처리에 합의한 대로 적절히 처리하길 희망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영어 표현도 아예 단계적인 합의(phased settlement)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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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발사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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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처리가 한국 국내적으로 갖는 함의를 뻔히 알면서도 틈만 나면 이를 꺼내 논란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궁극적으로는 사드가 한반도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게 중국의 큰그림”이라며 “또 한국이 최근 미국에 밀착하는 모양새를 보이니, 현실적으로는 사드 철수가 한국의 의지만으론 어렵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사드를 자꾸 건드려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2017년 10ㆍ31 합의 뒤 사드 갈등은 ‘봉인’됐다고 선언한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중국의 ‘사드 갑질’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외교가에선 정부의 대중 저자세 외교가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싱 대사의 언론 기고에 대한 경고만 하더라도, 외교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낸 게 아니라 문의하는 언론사에만 입장을 알려주는 식으로 조용히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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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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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윤 전 총장을 공격하며 왜곡성 발언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사드 관련 인터뷰 언급에 대해 “사드를 중국의 레이더와 관련된 것으로, 즉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자백하는 발언”(16일 당 최고위원회의)이라고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갑자기 사드가 중국용이라고 말한 대형사고”(16일 유튜브 출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노린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역시 한국을 사정거리 안에 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지 사드가 중국용이라고 한 게 아니다.

실제 2016년 중국이 헤이룽장 성에 탐지거리 5500km의 대형 전략경보 레이더를 설치한 사실이 알려져 한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 “중국이 자국의 강력한 한반도 감시체제에 대해선 논외로 하며 일방적인 사드 공포만 부각한다”는 싱크탱크의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는 싱 대사의 기고문 상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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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형 택배업체 중통(中通)은 지난해 10월 웨이보 계정에 BTS 관련 제품의 운송 중지를 밝히며 ″해관총서의 방침″이라고 적었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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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 1차관을 지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2017년 합의에 따른 관계 정상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중국에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있다. 정권 스스로 대한민국의 안보 주권을 내팽겨치니 대사가 대선 후보의 발언을 공개 비난하고 내정간섭을 권리인양 스스럼없이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여야가 다르다지만 외세의 부당한 간섭 앞에서 여당 유력 대선 후보와 집권 여당 대표가 중국 대사가 아닌 야권 대선 후보를 공격하니,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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