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소녀들·어쩌다 가족
요즘 국내 소설계 주류인 여성 서사다. 유럽에서 공부한 작가의 이력이 묻어나듯 이국적 분위기와 유럽의 정취가 흐른다.
소설은 유럽 패션 위크 기간 덴마크 한 골목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만난 모델 다민과 미숙한 사진가 차연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커리어를 쌓으며 성장하던 그들은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재회하는데, 다민은 자신의 직업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회의와 피로감은 순간의 유행을 좇을 뿐 영원한 미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패션계의 속성에서 온 근본적인 감정이었다.
다민은 결국 모델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사라진다. 차연은 그가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예술과 아름다움의 본질적 정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문학동네. 176쪽. 1만2천500원.
▲ 불타는 소녀들 = 비밀에 뒤덮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음산한 공포를 자아내는 호러 스릴러다.
제목 '불타는 소녀들'은 영어 '버닝 걸스'를 번역한 건데, 서식스의 한 마을에서 의식용으로 사용하는 나뭇가지 인형을 뜻한다. 메리 여왕의 신교도 박해로 화형당한 주민 여덟 명을 추모하려고 만든 인형으로, 당시 순교자 중 두 명이 소녀였던 점에서 착안했다. 매년 추모일 행사에서 '버닝 걸스'를 태운다고 한다.
소설은 십 대 딸을 둔 브룩스 신부가 징계 차원에서 작은 마을 교회로 발령받아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교회 신부가 숨지면서 생긴 공석을 임시 대체하는 임무다. 그런데 첫날부터 피를 뒤집어쓴 여자아이와 마주치고 정체 모를 인물이 보낸 칼과 십자가 등이 담긴 상자를 받는다.
신부는 전임자의 사망이 자살이었고, 30년 전 마을에서 소녀 두 명이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는 비밀과 음모로 가득한 이 마을에 숨겨진 진실을 좇기 시작하지만, 이방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이다.
영국에서 호러 퀸으로 떠오른 C.J. 튜더의 네 번째 소설로 현지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다산책방. 536쪽. 1만6천 원.
▲ 어쩌다 가족 = 실천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하율의 첫 번째 소설집.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 쓴 단편소설 중에서 작가적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들을 골라 엮었다고 한다. 전통적 가족 구조와 사회 기본 단위를 전복하는 블랙 유머가 전편에 흐른다.
폴앤니나. 288쪽. 1만4천 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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