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이건희컬렉션' 1호 '인왕제색도', 실제로 보니 "웅장함이 압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청동기부터 조선까지 각 시대 명품 엄선

"'이건희컬렉션' 성격 보여주고자 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일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컬렉션’에서 단연 제일 눈길을 끈 건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다. 76세의 정선은 긴 장맛비가 갠 후의 인왕산 모습을 가로 138㎝, 세로 79.2㎝의 커다란 화폭에 담았다. 장맛비로 물기를 머금은 산은 평소보다 더욱 묵직해 보이고 수성동과 청풍계에는 작은 폭포가 생겨나기도 했다. 힘찬 필법이 보는 사람을 한번에 압도하는 웅장함을 가지면서도 그림 곳곳의 세세한 표현법은 인왕산에 대한 정선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과연 왜 겸재 정선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지 한눈에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이 회장이 ‘이건희컬렉션’중 가장 처음으로 수집한 작품으로 알려져 의미를 더한다.

이데일리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종이에 먹, 79.2x13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1일부터 2층 서화실에서 특별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명품전’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이 박물관에 기증한 ‘이건희컬렉션’을 선보인다. 기증받은 2만 1693점 중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 77점(45건)으로, 국보가 12건·보물이 16건을 포함한다. 전시를 하루 앞두고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수경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일상화돼야 문화강국이 된다고 생전 말했던 이 회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잘 알려진 유물들의 진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며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 유물들을 선보이는 만큼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없다. 다만 이 회장이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연구가 많이 되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대표작들을 이미 만큼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없다. 하지만 여러 시대를 포괄해 각 시대의 대표 유물을 알아본 이 회장의 안목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국보 제255호)는 기술혁신과 디자인을 중시한 이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6세기 삼국시대에 제작된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는 손가락 크기 만한 작은 청동에 화려한 불꽃 무늬를 치밀하게 새겨 넣어 성스럽고 고결한 느낌을 느낌을 준다. 또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화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 무늬 병’(보물 제1390)은 강세황의 ‘계산허정도’와 어우러져 18세기 문인의 여유로움과 취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데일리

고려 14세기 제작 ‘천수관음보살도’, 비단에 색, 93.8X51.2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존 유일 ‘천수관음도’(보물 제2015호)와 특유희 섬세함을 자랑하는 ‘수월관음도’도 등 고려불화 2점도 모습을 드러냈다. 700년의 세월이 있는만큼 ‘천수관음도’와 ‘수월관음도’의 화면은 어둡고, 빛에 의한 변색이 심한 회화의 특성상 전시장 조도도 낮아 육안으로는 두 작품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대신 박물관은 전시장 한켠에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 스크린 영상으로 제시한다. 영상으로 확대해보면 ‘천수관음도’ 광배 뒤에 빼곡히 그려진 1000개의 눈과 손을 자세히 볼 수 있을 뿐더러 보살이 쓰고 있는 보관의 11개 머리도 볼 수 있다. 유수란 학예연구사는 “확대 사진을 보면 두 작품 모두 안료의 탈락이나 보수한 부분이 거의 없어 보존상태가 뛰어남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수월관음도’ 왼쪽 하단에 있어야 할 선재동자가 존재하지 않고, 발이나 파도도 애매하게 잘려있어 것을 봐서는 원래 작품은 훨씬 크기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단원 김홍도(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한글과 우니라나 전적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홈페이지에서 상설전시 예약과 별도로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전시 도록은 발간하지 않고 대신 전시품 이미지와 자료를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전시는 9월 26일 까지.

이데일리

삼국시대 6세기 제작 ‘일광삼존상’, 청동에 금도금, 높이 8.8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