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중 이중섭 작 '황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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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황소'는 1950년대 제작했다고 추정되며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담았다. 힘차면서도 어딘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이중섭 황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은 총 4점이다. 이 황소 연작들은 1976년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 발간된 금성출판사 이중섭 화집에 수록된 바 있으나,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이건희컬렉션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황소'는 이중섭이 가장 애호했던 소재 중 하나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는데, 통상적으로 '소'는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한국의 상징물이었다.
이중섭은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 강렬한 붉은 황소를 본격적으로 제작했다.
대부분 1953~54년 통영과 진주에서 다수의 '황소' 및 '흰 소' 연작이 그려졌는데, 이 시기는 당시 일본에 있던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미루어 볼 때, 대단한 의욕과 자신감에 차서 맹렬하게 작품 제작에 몰두할 때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중 이중섭 작 '흰 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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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소'는 붉은 배경의 황소 머리를 클로즈업한 작품과 다르게 주로 전신을 드러내고 화면의 한쪽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흰 색'은 백의민족인 조선인을 암시하는 색이고, '소'라는 동물 또한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성실하고 끈기 있게 노동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어 조선인의 상징으로 읽힌다. 이에 일제강점기에는 암암리에 금기시됐던 소재였다. 이중섭은 해방과 전쟁을 거친 후 흰 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재소환했다.
여러 점의 '흰 소' 중에서 이 작품은 다소 지친 모습으로 표현됐다. 등을 심하게 구부려 고개를 푹 숙이고, 성기를 드러낸 채 매우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이중섭은 '소'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솔직한 심리 상태를 마치 일기 쓰듯 그때그때 다른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이중섭은 스스로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라고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쓴 적이 있다. 조선의 색채와 특색을 담아, 하루하루 정직하게 살며, 그것을 솔직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이중섭이 그리고자 했던 작품의 세계였다.
그의 소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기도 해서, 화가의 심리 상태와 처지가 매우 진솔하게 표현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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